한국 남자 사브르 단체전 3연패 도전 선봉…이번엔 개인전도 '욕심'
[올림픽] 태극전사가 간다 ② 펜싱 오상욱
한국 남자 펜싱의 간판으로 꼽히는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은 올해 만 27세이지만 국가대표 경력이 10년 가까이 된다.

2014년 12월 '한국 사브르 최초의 고교생 국가대표'가 된 그는 일찌감치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국제대회 데뷔전인 2015년 2월 이탈리아 파도바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성장을 거듭하더니 2019년 전성기를 맞이하며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2019년 두 차례 그랑프리 우승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까지 휩쓸며 존재감을 떨쳤다.

192㎝의 장신에다 팔다리가 길어 서양 선수들 못지않은 체격을 갖춘 데다 스피드와 순발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가 대회에서 굵직한 결과를 내며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는 강력한 개인전 금메달 후보로 여겨졌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단체전에서도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어 단체전 2연패(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종목 로테이션으로 미개최)에 도전했기에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이 나오리라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그는 생애 첫 올림픽 개인전에서 8강 탈락의 쓴맛을 봤다.

[올림픽] 태극전사가 간다 ② 펜싱 오상욱
덤덤하고 침착한 성격의 그에게도 '올림픽 데뷔전'이 주는 무게감은 달랐다.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와의 8강전 패배 후 오상욱은 "중간에 많이 헤맸고,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흥분한 게 아쉽다"고 곱씹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며 컨디션에 영향을 받았고, 경기 중 발목 부상 등 불운한 변수도 있었다.

실망감을 극복하고 단체전에서 마지막 점수를 책임지며 한국의 금메달에 앞장섰으나 올림픽 개인전은 그에게 '숙제'로 남았다.

이후 3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오상욱은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에이스' 노릇을 하며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을 향해 달려왔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대표팀에서 오래 한솥밥을 먹은 선배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의 4연패 도전을 결승전에서 저지하며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단체전에선 금메달을 합작해 2관왕에 올라 진정한 1인자로 우뚝 섰다.

올해 들어 손목 부상으로 한동안 자리를 비웠고, 복귀한 뒤 국제대회 개인전에선 입상하지 못하며 주춤했으나 지난주까지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단체전 모두 우승해 올림픽을 앞두고 정상 궤도에 올랐다.

5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개인전 16강에서 탈락하고, 단체전에서도 입상하지 못한 건 오상욱에게 특히 큰 자극제가 됐다.

[올림픽] 태극전사가 간다 ② 펜싱 오상욱
아시아선수권대회 뒤 오상욱은 "마드리드 월드컵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밑거름 삼아 초점을 맞추며 운동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개인전 금메달을 보유한 그가 이번 올림픽 개인전까지 우승한다면 메이저 국제대회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이룬다.

이는 한국 남자 사브르의 '새 역사'도 된다.

남자 사브르는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펜싱의 간판 종목이지만, 개인전에서는 아직 '결승 진출자'도 내지 못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도쿄 올림픽에서 김정환이 딴 동메달이 현재까지 개인전 최고 성적이다.

도쿄의 경험으로 성숙함까지 갖춘 오상욱이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설 올해가 '동메달'의 벽을 깰 적기다.

단체전에서는 '마지막 주자'로서의 무게감 외에 오상욱에게 '형'의 책임감도 더해진다.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오상욱은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막내 에이스'였는데, 이후 세대교체가 시작되며 이번엔 오상욱, 구본길에 2000년생 박상원(대전광역시청)과 1999년생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합류했다.

중심을 잡아야 할 오상욱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