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소년의 세상 구하기, 그 말랑말랑한 영웅담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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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스위트 투스: 사슴뿔을 가진 소년', 시즌 3로 마무리
전염병으로 절멸하는 인류, 동물과 인간의 하이브리드가 희망일까
전염병으로 절멸하는 인류, 동물과 인간의 하이브리드가 희망일까
소년은 자기 이마에 사슴뿔이 돋아있는 이유를 몰랐다. 왜 아빠가 그를 데리고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숲속으로 숨어들었는지, 왜 절멸을 앞둔 인류가 그를 사냥하는지도. 그 답을 찾으려는 사슴 소년, 이제 세상 끝의 설원에 다다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 투스 : 사슴뿔을 가진 소년'이 세 번째 시즌으로 종결했다. 달달한 단풍나무 수액을 좋아해서 ‘사탕쟁이(스위트 투스)’라고 불리는, 그저 귀엽기만 하던 소년 거스(크리스천 컨버리)는 의젓해졌다.
인류를 구해낼 열쇠가 바로 그 자신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일까. 거스의 마지막 모험을 담은 시즌3는 종종 음울하다. 소년이 내면으로 침잠할 때는 사뭇 멜랑콜리해진다. 이 감상적인 톤이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크게 나눌 듯하다.
'스위트 투스'는 수수께끼의 전염병으로 세상이 붕괴한 시점에서 출발한다. 설상가상으로 사람들은 ‘하이브리드’, 즉 반은 짐승이고 반은 인간인 아이들을 낳기 시작한다. 순수한 인간의 씨가 마르자, 하이브리드는 증오의 대상이 되고 무자비하게 사냥당한다. 사슴과 인간의 변종인 거스는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아버지와 대자연에 숨어 살며 말과 감정을 배웠기 때문이다. 바깥에 대한 호기심은 거스를 거친 바깥으로 내몬다. 아이는 적대자들과 싸우며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세상을 구하는 사명을 획득한다.
시즌1이 공개된 2021년은 마침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정점이던 때였다. '스위트 투스'가 그려낸 극한 상황이 특히 흥미로웠던 이유다. 새끼손가락을 떠는 특정 증세가 누군가에게 발견되면, 이웃들은 그를 집 안에 묶어놓고 불을 지른다. 병자들에 대한 혐오는 생존이란 더 큰 목표 아래 당연한 것이 된다.
동물의 외양이 섞인 하이브리드 아이들은 전염병 특효약으로 소문나고, 사냥의 대상이 된다. 반면 이들을 ‘쿨하다’고 여기며 추종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군단을 이끌던 소녀 ‘곰’(스테파니아 라비 오웬), 하이브리드 사냥꾼이었던 제퍼드 (논소 아노지)가 거스의 모험에 합류한다.
이들의 보호를 받던 사슴 아이는 지도자로 우뚝 서야 한다. 특별한 능력으로 위기의 관문을 넘어설 때마다, 선물처럼 스승과 친구들을 얻어낸다. 자신의 뿔에 깃든 고통스러운 진실에 스스로 맞설 때까지.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영웅담이기도 하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동서양 영웅 스토리를 정리했던 것처럼, 거스는 자신의 소명을 받아들여야 성장할 수 있다. 그 마지막 투쟁엔 죽음의 냄새가 감돈다.
'스위트 투스'의 시즌3가 다소 어둡게 시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거스는 맨몸으로 알래스카의 캄캄한 흑야로 향한다. 더욱 강력한 빌런이 그를 쫓는다. 미국 남서부를 규합한 군벌 세력이자 농장주, 장(로잘린드 차오)이 말을 타고 카우보이모자를 쓴 채.
장은 아무리 귀엽고 보송보송한 동물 아이들이라도 채찍으로 죽일 수 있는 여자다. 딸이 낳은 늑대 아이, 즉 자신의 손자마저 짐승 우리에 가두고 키웠으니까. 이들 모녀가 모성애를 둘러싸고 겪는 딜레마는 시즌3의 흥미 요소다.
원작은 DC 코믹스에 연재된 제프 러미어 작품이다.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던 '스위트 투스'엔 역시 아기자기한 판타지의 색채가 있다. 돼지와 원숭이, 너구리, 때로는 파충류와 새를 닮은 하이브리드 아이들은 드라마의 귀여움을 담당한다.
이야기의 설정과 달리 이들의 모험은 잔혹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대체로 착한 자들이 이긴다는, 은근히 동화 같은 결을 보일 때가 많다. 이같은 ‘순한 맛’이 때때로 드라마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시즌 3의 대사들이 길고 설명적인 느낌이 든다면, 아마도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소 손쉬운 화해의 순간들 또한 일부 시청자를 맥 빠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 빌런이 덜 똑똑하게 여겨지는 순간, 주인공도 아우라를 잃는다.
조력자들이 총집합하는 대규모 싸움이 있고, 의외로 박진감 있는 액션 씬도 이어진다. 물론 그 최후는 주인공의 결단, 죽음을 건 선택에 달려있다. 예측 가능하고 뻔하지만, 시청자에겐 만족감을 주는 엔딩이다. 캠벨의 영웅론이 할리우드 작가들의 교본이 된 데엔 이유가 있다. 매운맛이 아니어도 몰입할 수 있는 시청자라면, 엔딩에서 작지 않은 감동을 받을 것이다. '스위트 투스'엔 종의 경계를 뛰어넘는 우정의 이야기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어느새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이때, 잊었던 화두들을 떠올리기에도 좋은 드라마다.
김유미 아르떼 객원기자
인류를 구해낼 열쇠가 바로 그 자신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일까. 거스의 마지막 모험을 담은 시즌3는 종종 음울하다. 소년이 내면으로 침잠할 때는 사뭇 멜랑콜리해진다. 이 감상적인 톤이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크게 나눌 듯하다.
'스위트 투스'는 수수께끼의 전염병으로 세상이 붕괴한 시점에서 출발한다. 설상가상으로 사람들은 ‘하이브리드’, 즉 반은 짐승이고 반은 인간인 아이들을 낳기 시작한다. 순수한 인간의 씨가 마르자, 하이브리드는 증오의 대상이 되고 무자비하게 사냥당한다. 사슴과 인간의 변종인 거스는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아버지와 대자연에 숨어 살며 말과 감정을 배웠기 때문이다. 바깥에 대한 호기심은 거스를 거친 바깥으로 내몬다. 아이는 적대자들과 싸우며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세상을 구하는 사명을 획득한다.
시즌1이 공개된 2021년은 마침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정점이던 때였다. '스위트 투스'가 그려낸 극한 상황이 특히 흥미로웠던 이유다. 새끼손가락을 떠는 특정 증세가 누군가에게 발견되면, 이웃들은 그를 집 안에 묶어놓고 불을 지른다. 병자들에 대한 혐오는 생존이란 더 큰 목표 아래 당연한 것이 된다.
동물의 외양이 섞인 하이브리드 아이들은 전염병 특효약으로 소문나고, 사냥의 대상이 된다. 반면 이들을 ‘쿨하다’고 여기며 추종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군단을 이끌던 소녀 ‘곰’(스테파니아 라비 오웬), 하이브리드 사냥꾼이었던 제퍼드 (논소 아노지)가 거스의 모험에 합류한다.
이들의 보호를 받던 사슴 아이는 지도자로 우뚝 서야 한다. 특별한 능력으로 위기의 관문을 넘어설 때마다, 선물처럼 스승과 친구들을 얻어낸다. 자신의 뿔에 깃든 고통스러운 진실에 스스로 맞설 때까지.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영웅담이기도 하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동서양 영웅 스토리를 정리했던 것처럼, 거스는 자신의 소명을 받아들여야 성장할 수 있다. 그 마지막 투쟁엔 죽음의 냄새가 감돈다.
'스위트 투스'의 시즌3가 다소 어둡게 시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거스는 맨몸으로 알래스카의 캄캄한 흑야로 향한다. 더욱 강력한 빌런이 그를 쫓는다. 미국 남서부를 규합한 군벌 세력이자 농장주, 장(로잘린드 차오)이 말을 타고 카우보이모자를 쓴 채.
장은 아무리 귀엽고 보송보송한 동물 아이들이라도 채찍으로 죽일 수 있는 여자다. 딸이 낳은 늑대 아이, 즉 자신의 손자마저 짐승 우리에 가두고 키웠으니까. 이들 모녀가 모성애를 둘러싸고 겪는 딜레마는 시즌3의 흥미 요소다.
원작은 DC 코믹스에 연재된 제프 러미어 작품이다.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던 '스위트 투스'엔 역시 아기자기한 판타지의 색채가 있다. 돼지와 원숭이, 너구리, 때로는 파충류와 새를 닮은 하이브리드 아이들은 드라마의 귀여움을 담당한다.
이야기의 설정과 달리 이들의 모험은 잔혹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대체로 착한 자들이 이긴다는, 은근히 동화 같은 결을 보일 때가 많다. 이같은 ‘순한 맛’이 때때로 드라마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시즌 3의 대사들이 길고 설명적인 느낌이 든다면, 아마도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소 손쉬운 화해의 순간들 또한 일부 시청자를 맥 빠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 빌런이 덜 똑똑하게 여겨지는 순간, 주인공도 아우라를 잃는다.
조력자들이 총집합하는 대규모 싸움이 있고, 의외로 박진감 있는 액션 씬도 이어진다. 물론 그 최후는 주인공의 결단, 죽음을 건 선택에 달려있다. 예측 가능하고 뻔하지만, 시청자에겐 만족감을 주는 엔딩이다. 캠벨의 영웅론이 할리우드 작가들의 교본이 된 데엔 이유가 있다. 매운맛이 아니어도 몰입할 수 있는 시청자라면, 엔딩에서 작지 않은 감동을 받을 것이다. '스위트 투스'엔 종의 경계를 뛰어넘는 우정의 이야기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어느새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이때, 잊었던 화두들을 떠올리기에도 좋은 드라마다.
김유미 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