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글로벌 녹색해운항로 추진 전략을 브리핑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글로벌 녹색해운항로 추진 전략을 브리핑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한국이 세계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녹색 해운 항로’를 운영한다. 정부는 앞으로 싱가포르와 협력해 유럽까지 이어지는 ‘메가 녹색 해운 항로’를 구축하는 등 해운 탈탄소화 흐름을 선도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한·미 정부는 2027년 세계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녹색 해운 항로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국은 2022년 제27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부산·울산항과 미국 시애틀·타코마 항 사이 컨테이너선 항로와 자동차운반선 항로를 ‘예비 녹색 해운 항로’로 선정한 바 있다. 올해 이 두 항로에 대한 기술적·제도적·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통해 세부 로드맵을 수립하고, 내년엔 친환경 연료공급 기술 등에 대한 연구개발(R&D) 사업과 민·관 합동 실증을 거쳐 2027년부터 녹색 해운 항로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는 한·미 녹색 해운 항로 운영이 본격화돼 컨테이너 선박 한 척이 부산항과 시애틀항 사이를 1년간 그린 메탄올, 그린 암모니아 등 무탄소 연료로 운항할 경우 자동차 약 3만2000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수부는 호주 싱가포르 덴마크 등 주요 해운국과도 녹색 해운 항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먼저 친환경 수소·암모니아 시장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는 호주와는 올해 안에 공식 협력 방안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공동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운송을 활성화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는 아시아 주요 허브항만 국가인 싱가포르와는 내년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국~싱가포르~유럽을 잇는 메가 녹색 해운 항로를 만들기로 했다.
글로벌 녹색해운항로 추진전략. 해양수산부 제공
글로벌 녹색해운항로 추진전략. 해양수산부 제공
녹색 해운 항로는 무탄소 연료 또는 친환경 기술을 활용한 해상운송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항로를 말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하고 탄소규제를 강화하면서 해운 탈탄소화가 조선·해운·항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2050년이 되면 탄소를 배출하는 선박은 아예 운항할 수 없게 된다”며 “해운 탈탄소 기술과 항로를 발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해수부는 해운·항만 탈탄소화 선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해사 포럼 등에 따르면 로테르담과 상하이, 싱가포르 등 주요 거점 항만을 중심으로 전 세계 총 44개 녹색 해운 항로 구축 협력이 이미 발표된 상황이다.

한국도 이미 국내 조선소 수주 선박의 78% 이상이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작년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APEC) 등에서 친환경 해운 솔루션을 바탕으로 지구 각지의 녹색 항로를 연결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한국 해운·조선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글로벌 녹색 해운 항로를 촘촘하게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