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건물 앞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허문찬 기자
한 대학 건물 앞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허문찬 기자
정부가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학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네거티브 규제'(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를 도입한다.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앞당기기 위해 5.5년 만에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통합 과정을 신설한다.

정부는 3일 '역동 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런 내용의 교육 혁신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내년부터 최소한의 기본 사항만 법령에 규정하는 '대학규제 네거티브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대학들이 탄력적으로 학사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올해 하반기에는 지역과 대학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대학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에 대한 패키지 개혁을 추진한다. 대학 간 통합과 연합, 대학·산업체·연구기관 간 협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타깃으로 한다.

이를 통해 예컨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 체제를 벤치마킹해 지역 내 국립대를 아우르는 '한국형 UC모델'을 도입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역할·전공 등 조정 없이 서로 경쟁하고 있던 공립대학들을 연구중심대학(UC), 교육중심대학(CSU), 산업중심대학(CCC)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UC버클리(공학), UC샌프란시스코(의학), UC데이비스(농업·생명공학), UC산타크루스(항공우주과학) 등 10개 연구중심대학에 대해 특성화 영역별로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런 체제를 도입해 지역 내 공립대를 세계적인 명문대로 키우고 지역 균형발전과 국제 경쟁력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대학 학부 입학부터 석사와 박사 학위 취득까지 5.5년에 마칠 수 있는 통합 과정도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의 수업 연한은 △학사 4~6년 △석사 및 박사 각각 2년 이상 △학·석사 통합 6년 이상 △석·박사 통합 4년 이상으로만 규정돼 있다. 학사부터 박사까지 8년 이상 걸리는 기간을 2~3년 단축하는 것이다.

과학기술특성화대학과 과학고·영재고 간 공동 AP(advanced placement) 과정 도입도 추진한다. AP 과정은 고등학생이 대학 수준의 강의를 수강하고 시험 성적에 따라 학점을 취득하는 제도다.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학사과정을 설계·운영하고 채용까지 연계하는 산학협업 인재 양성 모델도 발굴해 확산할 계획이다. 독일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는 뮌헨 공대와 커리큘럼을 함께 운영하고 학생들에게 인턴십·채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신속 졸업 트랙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대학 재학 및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첫 직장 취업 시기가 20대 중후반에 형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4년제 대학 졸업까지 평균 5년 이상 소요되고, 졸업 후 첫 취업까지는 8.2개월 걸린다. 첫 직장 퇴사 비율도 66.8%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5~6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과 OECD의 경제활동참가율 격차는 2.6%포인트로 2010년(4.7%포인트)에 비해 2.0%포인트 줄어든 데 그쳤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71.1%인 경제활동참가율을 2035년 OECD 평균(2023년 기준 73.7%)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는 '2차 사회의 동성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