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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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급작스럽게 연락받았습니다. 정말 착한 조카였는데…"

2일 오전 10시께 서울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임시 영안실 출입구에서 만난 30대 사망자의 유족 A(67) 씨가 이같이 말했다. 고인의 외삼촌이라고 밝힌 그는 "다른 가족들도 이미 와있다"며 "유족들도 갑작스러운 소식에 다들 많이 충격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조카가 어떻게 사고를 당한 건지는 잘 모른다"고 덧붙이며 영안실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전 11시께 52세 사망자 이모 씨의 유족이라고 밝힌 B씨는 "새벽 3시에 소식을 듣고 춘천에서 왔다"며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 알아보기 힘들다고 들어 시신은 확인하지 않았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사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은 유가족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황망한 표정으로 출입구 앞에서 일찍 영안실을 찾은 가족을 기다리다 부축을 받으며 장례식장 건물로 들어가는가 하면 새벽 일찍 영안실을 찾았다가 서둘러 빠져나오는 유족도 있었다. 모두 침통한 표정이었다. 현장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새벽부터 임시 영안실을 찾은 유족들은 "아들을 찾으러 왔다", "우리 아빠 아니라고 해" 등의 말을 되뇌고 눈물을 흘리며 유족 대기실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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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는 1일 밤 사고로 숨진 9명 가운데 6명이 안치돼있다. 이곳 장례식장 2층에 유가족들을 위한 대기실이 마련돼 있다. 사망자 중 시중 은행 직원 4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중 3명이 이곳에 안치돼 있다. 병원 직원 1명도 이곳에 안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장례식장은 출입이 통제됐으며 경찰, 과학수사대, 구청 직원 등 사고 관계자들만 오가고 있다. 오전 9시 30분께에는 가해 차량 손해 보험사 직원도 영안실을 찾았다.

전날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6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후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18길)를 역주행하다 이런 사고를 냈다. 이 차량은 빠른 속도로 도로에 있던 다른 차량 2대를 추돌한 후 인도 쪽으로 돌진해 굉음을 내며 안전 펜스를 뚫고 보행자들을 덮쳤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은 "엄청난 굉음이 났다", "거리로 나와보니 길바닥에 시민들이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일부 시민이 다친 사람들을 지혈하고 있었다" 등 당시 아수라장이었던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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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전날 사고 현장에서 사망자들의 신원을 파악해 유족에게 사망 사실을 통보하고 장례식장으로 이송했다.

서울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사망자 6명 외에도, 2명은 심정지 상태로 국립중앙의료원으로, 1명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 현장 바로 옆인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던 김 모 사무관 등 시청 직원 2명도 사망자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은행 근무자 4명,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 3명도 함께 변을 당했다.

유족들이 모여 장례 절차를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빈소는 마련되지 않았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