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회 개원을 앞둔 2022년 6월 30일 오리엔테이션 자리에 모인 제9대 양천구의회 의원들. / 사진=서울 양천구의회
구의회 개원을 앞둔 2022년 6월 30일 오리엔테이션 자리에 모인 제9대 양천구의회 의원들. / 사진=서울 양천구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서울 양천구의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투표 진행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면서 전날 관할 소방서 구급대원과 경찰이 출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유혈사태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는 밤 9시 54분부터 약 두 시간가량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청역 인근서 15명의 사상자를 낸 교통사고로 서울 시내가 아수라장이 됐던 비슷한 시각에 의회 본회의장에선 치열한 '자리싸움'으로 아수라판이 벌어진 것이다.

2일 양천구의회 등에 따르면 의회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제308회 양천구의회 임시회'를 열고 제9대 후반기 의장단 선출 건을 논의했다. 18석인 구의회는 국민의힘 8석, 민주당 9석, 무소속 1석이다. 양당이 2년씩 번갈아가면서 의장을 맡는 게 관례다. 지난달까지 국민의힘 소속 이재식 의원이 9대 의회 전반기 의장이었고, 후반기는 민주당 출신 의원이 맡기로 잠정 합의를 본 상황이었다.

이날 의장 자리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 갈등이 커지면서 본회의장에선 고성이 오갔고 결국엔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통상 시·구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따라 지역 민원과 현안을 챙긴다. 양천구는 행정동에 따라 갑과 을로 나뉜다. 구의회 소속 민주당 의원 중 4명은 황희 국회의원(민주당 양천구갑), 5명은 이용선 국회의원(민주당 양천구을)과 협력한다. 같은 당내에서도 서로 다른 지역구 의원에게 충성심을 드러내기 기에 종종 갈등도 빚어진다.

민주당 갑·을 의원들은 제9대 의회 후반기가 시작되는 7월 1일까지도 단일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갑 의원들은 3선의 임정옥 의원을 밀었고, 을 의원들은 재선의 윤인숙 의원을 내세웠다. 이수옥 현 부의장(민주당 갑)은 "최다선 의원을 의장으로 뽑는게 당 내규인데 재선이 3선에 도전하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을 의원들이 머릿수를 앞세워 국힘 의원들을 포섭해 투표를 강행하려 했다"라고도 덧붙였다.

을 의원들 입장은 다르다. 선수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당내에서도 갑과 을이 번갈아 가면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윤 의원은 "지난 8대 후반기 의장은 갑 소속 의원이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을이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당 의원총회를 열고 합의에 이르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 없이 개원을 하게 되자 투표를 진행하려 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날 오전 10시에 개회한 임시회는 자정까지 열렸다. 기표소를 설치하려는 쪽과 저지하려는 쪽이 맞붙으면서 몇몇 의원들은 발이 밟히기도 하고 몸싸움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갑 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했고, 투표함 반입을 막으며 본회의장 출입구에 드러눕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식 전임 의장 등의 신고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출동했다. 확인 결과 양천소방서 소속 119구급 3팀은 저녁 9시54분께 출동해 자정까지 현장에서 대기했다. 이송 환자는 없었다.

비슷한 시각 시청역 인근서 보행자 9명이 역주행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로 소방당국은 구급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차량 37대, 인원 134명을 투입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었다. 양천소방서는 출동 대상이 아니었지만 출동 지령이 떨어졌으면 더 아찔한 상황이 일어날 뻔했다.

양천소방서 현장상황실 관계자는 "당시 출동시킬 수 있는 구급차가 없없다"고 말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대원들은 우선 출동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국민들이 비응급 신고를 자제하는 데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