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인데 로또입니다"…둔촌주공 '신혼시프트' 입성하려면
서울시가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과 내 집 마련을 모두 겨냥한 장기전세주택을 이달부터 공급한다. 17년 전 도입된 ‘SHift(시프트)’를 활용해서다. 중산층이 20년간 시세 대비 저렴한 전세로 살 수 있도록 했던 기존 제도를 ‘신혼부부 특화’주택으로 확장하고 매입할 수 있는 옵션까지 추가했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신혼부부와 출산 가정을 위한 각종 특별공급 및 대출제도를 내놓는 가운데 또 하나의 옵션이 생긴 셈이다.

신축 전세 중산층도 지원

서울시가 시프트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은 오세훈 시장이 처음 서울시장을 맡았던 2007년이다. 당시에도 집값 상승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고, 안정적이고 저렴한 주택을 서울시 차원에서 제공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허가해주고 추가 용적률을 주는 과정에서 이 같은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자이·반포래미안 등 초고가 아파트, 선호도가 높은 단지에도 시프트가 많이 있는 이유다.

이 제도가 기존 임대주택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중산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주거복지가 사회적 약자에만 집중된 것과 비교된다. 부부 모두 웬만한 대기업을 다니는 가정도 입주가 가능했다. 일부 고소득 직장인이 시프트에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으로 살아서 뒷말이 나왔을 정도다.
"전세인데 로또입니다"…둔촌주공 '신혼시프트' 입성하려면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시프트 2.0’은 전세가 상승으로 인한 주거 불안, 저출산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한 묘안으로 설계됐다. 신혼부부에게 별도로 공급하는 물량을 신설했고, 또 아이를 낳으면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줬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소득·자산요건을 충족하는 신혼부부에게 일단 10년 거주를 보장하고, 아이를 낳으면 20년까지 살게 해준다. 2자녀 이상 출산 때 우선매수청구권을 준다. 아이 2명을 낳으면 20년 후 살던 집을 시세보다 10% 저렴하게, 3명을 낳으면 20% 싸게 살 수 있게 해준다. 출산 인정 시점은 모집공고일 이후 입주 전까지 출산한 경우다. 아이가 없더라도 10년간 거주하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아이를 두 명 이상 낳으면 전세로 살던 집을 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

신혼부부 특화 … 아이 셋이면 매입도

서울시의 시프트 제도가 호응은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에 대거 공급되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 안에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에 300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모집공고를 진행한다. 재건축 기부채납 유형으로, 대단지 신축의 인프라와 장점을 저렴하게 누릴 수 있다.

서울시는 재건축 기부채납으로 확보한 임대주택은 모두 장기전세주택, 그중 절반을 신혼부부 전용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자양1구역(구의역롯데캐슬이스트폴) 177가구, 내년 하반기 △잠실 미성크로바(잠실르엘) 76가구 △잠실 진주(잠실 래미안아이파크) 109가구 등이 예정돼 있다.
"전세인데 로또입니다"…둔촌주공 '신혼시프트' 입성하려면
공공단지 중에선 내년 하반기 △위례 A1-14블록 90가구 △마곡택시차고지 61가구, 2026년 상반기 △송파창의혁신 120가구, 2026년 하반기 △성뒤마을 175가구 △구룡마을 300가구 등이 예정돼 있다.

2026년까지 재건축 기부채납과 역세권 매입을 통한 ‘매입형 장기전세주택’(1469가구)과 공공부지를 활용한 ‘건설형 장기전세주택’(927가구) 등 44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2027년부터 한 해 서울 신혼부부(3만6000쌍)의 약 10%에 해당하는 4000가구를 매년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이달 둔촌주공부터 … 소수혜택 비판도

입주자는 유자녀와 무자녀 가구를 구분하고 공급물량의 절반씩 배정해 선정한다. 자녀가 있는 가구엔 방 2개 이상의 넓은 평형을 우선 배정한다. 자녀 수 가점 없이 서울시 연속 거주기간과 무주택 기간, 청약저축 가입 기간을 반영해 고점자를 선정하되 동점자는 추첨한다.

소득 기준은 모집공고일 기준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 또는 6개월 이내 혼인신고 예정인 무주택 신혼부부다. 전용 60㎡ 이하 주택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20% 이하(맞벌이 180%)가 대상이다. 전용면적 60㎡ 초과 주택은 150% 이하(맞벌이 200%)면 신청할 수 있다. 맞벌이인 무자녀 신혼부부의 합산소득이 월 974만원 이하면 작은 집, 1083만원 이하면 큰 집에 입주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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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급물량이 부족하다는 점과 ‘역차별’에 대한 우려는 있다. 혜택을 받는 대상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올해 계획물량이 300가구에 불과해 효과가 미미하다”며 “차라리 주택자금을 저리에 빌려주고 출산 시 이자를 감면해 주는 방식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3년간 4396가구, 이후 연 4000가구 규모의 신혼부부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데에 총 8091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걸로 추산했다. 이달 중 국토교통부, SH공사 등 관계기관 협의와 법령개정을 마무리하고 이달 중 첫 입주자 모집공고에 나선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