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사로부터 역대 최대인 1조4600억원 규모 초대형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을 수주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최다 품목 허가 기록을 세우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삼성이 2011년 바이오산업에 본격 진출할 지 13년 만에 CMO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블록버스터급 약물 수주 성공

삼바 형제 '글로벌 톱티어' 등극…역대 최대 수주·최다 품목허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일 공시를 통해 미국 제약사로부터 1조4636억원(약 10억6000만달러) 규모의 CMO 계약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단일 수주 규모로는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후 최대 규모로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3조5009억원)의 42% 수준이다.

고객사와 제품명은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서근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6년간 연평균 최소 2400억원 규모의 생산이 필요한 제품으로 블록버스터급(연매출 1조3800억원 이상) 약물임을 예측할 수 있다”며 “알츠하이머 치료제, 면역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 등이 후보군이지만 정확히 알 순 없다”고 말했다.

이번 수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들어 6개월여 만에 2조5000억원 규모를 수주하게 됐다. 창사 후 누적 수주 규모는 125억달러(약 17조3600억원)다. 올해 매출도 지난해보다 10~15% 증가해 바이오업계 최초 매출 4조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수주 비결은 압도적인 생산능력(내년 5공장 가동 시 78만4000L)과 스피드, 높은 품질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이전 기간을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했고 바이오의약품 1회분 생산 단위인 배치 성공률은 99%로 업계 최고 수준(업계 평균 90~95%)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수주한 7건 중 6건은 기존 계약의 생산 물량 등을 늘린 증액 계약이다. 대형 제약사들이 삼성의 납품 품질과 서비스에 만족해 재차 공급을 요청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곳 중 16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회사와의 경쟁 관계 때문에 수주가 불가능한 곳을 제외하면 글로벌 상위 업체 대부분을 고객으로 확보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항체치료제 시장은 매년 10%씩 성장 중”이라며 “자가면역질환 및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계속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에서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 제정이 추진되자 고객사의 주문 문의가 평소보다 두 배 많아졌다고도 했다. 그가 사장으로 취임한 2020년 12월 이후 3년 반 만에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 고객사는 3곳에서 16곳으로 다섯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이어 미국서도 최다 품목 허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오랜 개발 노력 끝에 상업화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스텔라라는 판상건선, 건선성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한다. 연간 글로벌 매출 규모는 약 14조원에 달한다.

이번 허가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7종의 바이오시밀러를 FDA에서 허가받았다. 미국 암젠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은 FDA 품목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회사로 등극했다. 화이자, 산도즈 등의 허가 건수는 각각 5종과 4종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희귀 혈액질환 치료제인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도 이달 내 FDA 허가가 유력해 조만간 암젠을 제치고 단독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에서 FDA 허가를 받아 판매되는 제품이 많다는 의미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로서 경쟁력을 의미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