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결손을 놓고 ‘재정 파탄 청문회’를 열겠다며 정부를 비난하던 더불어민주당이 건전 재정이라는 방파제를 아예 허물겠다고 나섰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그제 추가경정예산(추경)의 문턱을 대폭 낮추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는 전쟁과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이 있을 때만 추경을 편성하도록 비교적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계층·지역·산업 간 양극화 해소, 취약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재정 지출이 필요한 경우’라는 요건을 추가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아무 때라도 추경을 할 수 있다. 포퓰리즘 정책에 재정을 무차별 동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안 의원은 전 국민에게 25만~3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이재명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법안임을 숨기지도 않았다.

안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던 인물이 야당 의원이 되자마자 건전 재정을 심각하게 훼손할 법안을 앞장서 발의한 것이 충격적이다. 5년간 10번이나 추경(151조원)을 편성하고 국가부채를 400조원 늘린 문 정부 때의 예산 관료라는 점을 감안해도 어이가 없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한국의 국가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7배로 주요국 중 11번째로 높다고 밝힌 바 있다. 5년 전 24위에서 가파르게 올랐다. 나라를 빚투성이로 만든 당시 여당과 경제관료가 또다시 재정 훼손에 의기투합한 셈이다.

지난해 56조원에 이어 올해도 10조원대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 주장대로 감세 탓만은 아니다. 징벌적 부동산세의 정상화는 불가피한 일이었고 무엇보다 기업 실적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 만큼 오히려 세 부담 완화로 민간 경제 활력을 높여주는 게 맞다. 현금 살포가 표는 될지 몰라도 경제 활성화엔 별 효과가 없고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켰음을 문 정부가 질릴 정도로 보여주지 않았나. 세계 주요국의 권력 교체가 예상되는 등 우리나라를 둘러싼 정치·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야당도 나라 곳간을 열자고만 할 게 아니라 어떤 위기가 와도 버틸 ‘재정 방파제’를 더 높이 쌓아야 한다고 요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