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이 전날 서울 시청역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직원들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다.  뉴스1
2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이 전날 서울 시청역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직원들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역주행 차량 사고로 사망자 9명을 포함해 총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도심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유례없는 교통 참사에 시민들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사고 원인을 두고 68세 운전자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지만 경찰은 ‘운전 미숙’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 ‘운전 부주의’에 무게 두고 수사

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일 오후 9시30분께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인근에서 차량으로 보행자 9명을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차모씨(68)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늘 다니던 도심 인도서 역주행 참사라니…" 시민들 충격
사고 이후 입원 치료 중인 차씨는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즉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해당 차량의 영상 사고기록장치(EDR)와 블랙박스 분석에 들어갔다. 사고 시점 동승자로 알려진 차씨의 아내는 “남편은 퇴직 후 경기 안산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운전 베테랑”이라고 밝혔다. 차씨가 일하는 운수회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씨는) 1년4개월가량 근무한 중형버스 운전기사”라며 “일하는 동안 사고를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고 시점 차씨는 집안 행사를 마친 뒤 승용차를 타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차량은 갑작스레 일방통행인 도로를 시속 100㎞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시민들을 덮쳤다. 이후에도 차량은 멈추지 않았고, 도로에 있는 다른 차 두 대와 연달아 충돌한 뒤 50m가량 더 진행한 후에야 멈췄다.

시민들 충격 속 안타까운 사연 접해

사망자 대부분은 업무 이후 회식하거나 야근 후 식사한 뒤 밖으로 나온 30~50대 직장인이었다. 4명은 한 시중은행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로 당일 오전 있었던 승진·전보 인사를 축하하기 위해 회식하다 변을 당했다. 서울시 공무원 2명도 야근을 마치고 식사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망자 3명은 한 대학병원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였다.

경찰이 ‘수사 중’이라며 사고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함구하는 가운데, 주변 건물의 CCTV와 선행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등이 언론에 공개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상을 확인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급발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차량이 최종 추돌 이후 완만한 속도로 멈췄기 때문이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해 차량의 브레이크 등에 불이 들어왔다”며 “급발진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해 스스로 멈춘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엑셀을 착각했을 경우와 갑작스러운 심신상실 등 사고 원인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고령 운전자 자격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 건수는 지난해 3만9614건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7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도입했지만 반납률은 2%대에 불과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사망 공무원 빈소에서 “사고 원인이 어떻게 밝혀질지 모르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외국처럼 페달 오작동 혹은 오조작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를 (차량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오/김다빈/정희원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