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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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찰청의 ‘변호사 경력 채용’ 지원자가 급감해 역대 최저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 경감 특채’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한때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지원자가 적어 추가 모집에 나서는 상황이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오는 8일까지 변호사를 수사관으로 채용하는 ‘변호사 경력경쟁 채용’ 원서를 접수한다. 경찰청은 지난 3월 40명 채용을 목표로 1차 공고를 했는데, 총 53명이 지원해 역대 최저 경쟁률인 1.33 대 1을 기록했다. 목표에 못 미치는 21명만 최종 채용돼 재공모에 나선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원자 중에서도 상당수가 시험에 불참하거나 체력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해 재공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2014년부터 일선 서에서 팀을 이끄는 ‘경감’ 계급으로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다. 이 전형은 정부가 경찰 수사권에 힘을 실어주던 2018년에는 경쟁률이 11.3 대 1까지 치솟았다. 경찰의 위상이 강화하면서 경찰에서 경력을 쌓으려는 변호사가 늘어나서다.

2021년까지만 해도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6 대 1을 기록했지만 불과 3년 만에 재공모에 나서야 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변호사들이 경찰 임용을 꺼리는 이유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비(非)경찰 출신’에 대한 폐쇄적인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변호사 출신 전직 경감은 “변호사 출신자를 수사팀보다는 영장 담당 부서에 배치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간부로 승진하기 쉽지 않은 점도 변호사들이 ‘경찰 입직’을 주저하는 이유로 꼽힌다. 경감 8년 차부터 경정 승진 대상에 들어가는데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변호사 출신에게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최근 2~3년 새 마약, 사기 사건 수임 수요가 폭발하면서 로펌들도 변호사 출신 경찰보다 일선 수사라인 출신 경찰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한 로펌 관계자는 “수사 이외 보직을 맡은 변호사 출신 경찰보다 오래 특수수사를 맡은 ‘찐 경찰’ 출신을 로펌업계에서도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기존 변호사 출신 경감, 경정이 다른 경력을 찾아 이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말 법무부가 발표한 경력 검사 채용에서 사상 처음으로 변호사 출신 경찰 2명이 임용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우수한 법조 인력을 활용하려면 이들을 조직에 융화시킬 인사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철오/장서우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