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우리가 대통령을 뽑지 왕을 뽑느냐, 트럼프 범죄에 면책 반대’ 등의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우리가 대통령을 뽑지 왕을 뽑느냐, 트럼프 범죄에 면책 반대’ 등의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면책의 길을 열어줬다. 대통령 재임 중 수행한 공적 행위에 대해 퇴임 후 법적 처벌을 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구체적인 판단은 하급심 법원이 내리도록 했다. 이 혐의 관련 형사 재판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로 밀리고, 면책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면책 특권 일부 인정

"재임 중 공적행위 면책"…트럼프, 사법 족쇄 풀렸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수행한 공적 행위에 대해선 면책특권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핵심적인 헌법적 권한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인 면책특권을 보유하고, 그 외의 공적 행위에 대해서도 면책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사적인 행동에 대해선 면책특권이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와 관련한 4개 혐의 중 법무부를 압박한 혐의는 절대적 면책권이 있다고 판결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대선 결과 인증을 방해하고 ‘1·6 의사당 난입’을 선동하는 등 나머지 3개 혐의는 하급심 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가 공식적인지, 비공식적인지 판단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관 9명 중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다수 의견에 찬성했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임명한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한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통해 “이번 판결은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 됐다”고 비판했다.

‘사법 리스크’ 해소한 트럼프

이번 판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인이 기소된 4건의 형사 사건 중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을 제외한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기밀 문건 유출, 조지아주 대선 개입 사건 공판은 11월 대선 전에 열릴 확률이 낮아졌다.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는 하급심 법원으로 환송됐다. 하급심 법원이 대법원의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전에 본안 재판이 시작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법원이 나의 혐의 대부분을 명확하게 정리해줬다”며 “대법원의 역사적인 결정으로 많은 가짜 재판은 없어지거나 시들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후보 교체론을 잠재우기 위해 다음달 열릴 전당대회(8월 19~22일)보다 한 달 앞서 공식 대선 후보를 지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소식통들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이달 21일 화상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후보로 확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통상 전당대회를 열어 공식 후보를 지명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8월 7일로 정해진 오하이오주 후보 등록 마감일을 고려해 전당대회 전에 조기 지명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블룸버그는 후보 지명을 위한 화상 회의 일정이 TV 토론 참패로 바이든 대통령 사퇴론이 불거진 시점에 거론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