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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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영업력과 인성을 동시에 갖춰야 수천억원대 자산을 가진 ‘VVIP’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업무 시간뿐 아니라 개인 시간까지 할애하고 때로는 생활 기반까지 고객에게 맞추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PB가 성공 가도를 달린다는 것이다. PB들은 1조원의 자산을 유치하면 연 평균 20억~3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생활을 포기하며 슈퍼리치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1兆 유치하면 30억 인센티브"…PB, 사생활 포기하고 동분서주
대형 증권사의 50대 남성 PB인 A씨는 자신과 거래하는 VVIP 고객 관리를 위해 가족 전체가 고객이 사는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 고객은 자산이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거부(巨富)였는데, 자녀들이 개인 사업 등으로 너무 바빠 자주 볼 수 없어 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 때문에 A씨는 아들 역할을 자처하며 식사 등 일상생활을 함께하기 위해 지근거리로 생활권을 아예 옮긴 것이다. A씨는 고객 가족의 하와이 여행에도 동행할 정도로 한 가족처럼 지냈다고 한다. 해당 고객 가족의 금융자산 관리를 도맡은 것은 물론이다.

개인 일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서울 강북지역의 모 PB는 강원도로 겨울 휴가를 떠난 지 하루 만에 부산에 있는 VVIP 고객으로부터 “업무차 서울에 가는데 내일 상담이 가능하냐”는 연락을 받았다. 해당 PB는 다음날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 고객을 픽업하고 하루를 같이 보냈다.

기업을 물려받은 창업 2세 최고경영자(CEO) 부부를 고객으로 유치하려던 또 다른 PB는 제주도를 오가며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 고객 부부가 임신이 되지 않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직접 제주도까지 가서 돌하르방을 공수해 선물로 줬다는 것이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이후 고객이 임신하자 800억원가량 거래를 성공시켰다”고 전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