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가 세계 경제를 덮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란 전망에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유럽에서는 이달 프랑스 영국 등의 조기 총선에서 강경 우파 정당이 득세하며 금융시장 불안이 찾아오는 ‘7월의 공포’가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가 뒤흔드는 금융시장…극우 돌풍 유럽은 '7월 위기설'

“트럼프 재집권 땐 고물가 심화”

1일(현지시간) 미 국채 금리 상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 외엔 원인을 찾기 힘들었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월 48.5로 전달(48.7)보다 약간 하락했다. 미국 제조업 경기 둔화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그 아래면 경기 위축으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의 척도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5월 수치도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르며 전월(2.7%)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은 보통 장기 국채 금리 하락으로 이어진다. Fed가 금리를 인하할 명분이 생겨서다. 하지만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5% 인근까지 급등했다. 대선후보 1차 TV 토론에서의 ‘압승’ 평가와 형사 면책 길을 열어준 미 연방대법원 판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이날 시장을 지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2기에 기존 관세율을 대폭 인상해 수입 물가를 높이고, 소득세 폐지 등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면서 세수 구멍을 국채 발행으로 메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등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16명은 지난달 공동 서한에서 “트럼프가 재정적으로 무책임한 예산으로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빌 그로스 공동 창업자는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수조달러의 정부 적자에 책임이 있지만 트럼프의 당선은 더 많은 재정 지출을 예고하고 있어 더욱 파괴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국채 가격 폭락 우려

프랑스도 비슷한 처지다. 1차 조기 총선에서 강경 우파가 압승하자 일부 시장 참가자들이 프랑스의 재정 위기를 우려하기 시작해서다. 프랑스에서 지난달 30일 치러진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33.1%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비롯한 범여권(앙상블)은 20%를 득표해 3위로 참패했다.

이미 프랑스는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최근 프랑스가 국내총생산(GDP)의 5.5%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초과 재정적자 시정 절차(EDP)’ 개시를 EU 이사회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 상황에서 강경 우파가 정권을 잡으면 포퓰리즘 정책으로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처럼 프랑스 국채 금리가 폭등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1일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49%포인트 상승한 연 3.302%로 거래를 마쳤다.

유럽 금융시장에선 프랑스 국채 매도세가 현실화하면 다른 유럽 국가도 이 영향권에 들어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의 루도빅 수브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가 어려워지면 이탈리아도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나서야 하는 사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