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경찰 견인차가 지난 1일 저녁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치는 사고를 낸 차량을 이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경찰 견인차가 지난 1일 저녁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치는 사고를 낸 차량을 이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60대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 운전자는 현재 경기도 안산 소재 버스회사에 소속된 시내버스 기사로, 40여년 운전 경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2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사망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향후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 등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면서 "사건을 진행하면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A씨는 갈비뼈 골절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상태다.

이날 오후 일부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사고 원인과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가 전파되자 경찰 측은 "사실무근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지라시에는 "시청 9명 사망사고 원인이 나왔다. 부부가 호텔 출구에서부터 싸우는 내용이 블랙박스에 그대로 녹음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루머가 확산한 건 해당 사고가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났다고 믿기 힘든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운전 경력 40년의 버스 운전기사로 알려진 A씨가 브레이크와 악셀을 착각했다고 보기에도, A씨 주장대로 급발진이 일어났다고 하기에도 미심쩍은 정황이 한둘이 아니다. 일반적인 브레이크가 딱딱해진다는 급발진 추정 사고와 달리 제네시스 차량은 추돌 후 스스로 제어가 돼 멈추는 모습을 보였다.
"부부싸움 끝 풀악셀"…시청역 교통사고 루머 퍼지자
경찰은 사건관계인과 목격자 진술, 폐쇄회로(CC)TV 및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가해 차량의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A씨 부부는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A씨 처남(아내 친오빠)의 칠순 잔치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가 탄 제네시스 차량은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한화빌딩 뒤편의 일방통행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역주행하다가 가드레일과 인도의 행인을 들이받은 뒤 BMW, 쏘나타 차량을 추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사고 직후 BMW와 쏘나타 차량을 먼저 추돌한 뒤 행인을 들이받은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후 100m가량을 더 돌진한 후에야 차량은 멈춰 섰다. 충격으로 인해 범퍼는 이미 완전히 파손된 상태였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27분께 A씨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9명이 숨졌다.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와 아내, 보행자 2명, A씨 차량이 들이받은 차량 2대의 운전자 등 6명이 다쳤다.
시청 직원 빈소 조문한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시청 직원 빈소 조문한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사고로 희생된 시청 공무원 2명의 빈소를 각각 찾아 조문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을 마친 오 시장은 "앞날이 창창한 젊은 직원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떠나게 돼서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사고 원인이 어떻게 밝혀질지 아직은 모르겠다"면서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서 고령자, 초고령자 운전면허 갱신에 있어 어떤 보완 장치가 필요한지 사회적인 논의가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