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당 조기총선 승리 8개월만…'국정 경험 전무' 내각에 불안한 시선도
'최장수 총리' 뤼터, 자전거 타고 마지막 퇴근…10월 나토 수장 취임
네덜란드 극우 연정 출범…'사상 가장 엄격한' 이민정책 예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이민정책을 예고한 네덜란드 극우 주도의 새 연립정부가 2일(현지시간) 출범했다.

딕 스호프(67) 네덜란드 신임 총리는 이날 헤이그 하위스보스텐 궁전에서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의 재가를 받고 공식 취임했다.

작년 11월 조기총선에서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승리한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네덜란드 역대 최장기간 총리직을 역임한 마르크 뤼터에 이어 14년 만에 총리가 바뀌는 것이기도 하다.

스호프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모든 사람을 위한 사회 보장을 갖춘 안전하고 정의로운 네덜란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총리 지명 직후엔 "역사상 가장 엄격한 망명 허용 정책과 이주를 억제하기 위한 포괄적인 패키지에 관한 연립정부 계획을 결단력 있게 이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지금까지 네덜란드는 대체로 유럽연합(EU) 정책의 강력한 지원군 역할을 해왔으나 강경 우파 성향의 새 연정에선 EU와 마찰음을 낼 수 있다.

PVV는 총선 유세 과정에서 회원국 간 난민 의무적 분배를 골자로 한 EU의 새로운 망명 규칙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연정에 참여한 농민시민운동당(BBB)이 농민 지지를 기반으로 한 정당이라는 점에서 EU 친환경 입법 패키지인 '그린딜'(Green Deal)의 환경 규제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무소속인 스호프 총리는 국가 안보 관련 업무를 맡아온 관료 출신이다.

특히 이민 관련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았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민국(IND) 국장을 역임했고, 2013년에는 대(對) 테러·안보조정기구(NCTV) 수장을 맡아 2014년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추락 사건의 대응을 총괄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조기총선에서 1위를 한 정당 대표가 총리로 추대되는 게 관례다.

그러나 연정 협상 과정에서 참여 정당들이 '유럽판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PVV 대표의 급진적이고 과격한 성향을 이유로 총리 추천에 반대했다.

결국 빌더르스 대표는 마지못해 총리직 도전을 포기했다.

또 연정 구성 주도권 자체를 잃을 위기에 처하자 막판에 정치색이 옅은 스호프를 총리 후보로 발탁했다.

어렵사리 출범한 이른바 '스호프 내각'에 대해 불안한 시선도 있다.

스호프 총리를 비롯한 내각 구성원 대부분이 국정 운영 경험이 거의 없다고 dpa 통신은 지적했다.

연정 구성 정당별로도 PVV, 중도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VVD), 신사회계약당(NSC), 신생 포퓰리즘 정당인 BBB 등 네 개 정당 가운데 VVD만 정부 운영 경험이 있다.

네덜란드 극우 연정 출범…'사상 가장 엄격한' 이민정책 예고
PVV가 연정을 주도하는 만큼 빌더르스 대표가 배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날 헤이그 총리실 청사에서는 마르크 뤼터 전 총리의 퇴임·업무인계를 위한 행사가 약식으로 열렸다.

스호프 총리에게 각료회의 의사봉과 집무실 열쇠를 넘겨주는 것으로 14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한 뤼터 전 총리는 자전거를 타고 마지막 퇴근길에 나섰다.

그는 재임 시절에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뤼터 전 총리는 코로나19 대유행, 경제 위기 등 각종 난국에도 무난하게 국정 운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 '미스터 노멀'(Mr. Normal)이라고 불렸다.

동시에 연정 붕괴를 초래한 스캔들 속에서도 살아남아 '테플론(Teflon·허물에 대한 비판이 통하지 않는 정치인) 마르크'라는 별칭도 함께 따라다녔다.

2019년 네덜란드 당국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만 명의 부모가 양육수당을 부정수급했다고 발표했다가 AI 분석에 오류가 있던 사실이 나중에 밝혀진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뤼터 전 총리는 당시 사태에 책임을 지고 내각 총사퇴를 발표했으나 이어진 총선에서 VVD가 다시 승리하면서 총리직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난민 정책 등을 놓고 연정이 끝내 붕괴하자 아예 네덜란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뤼터 전 총리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에 의해 만장일치로 차기 사무총장으로 내정됐으며 오는 10월 공식 취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