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오른 미국 국채 금리가 “인플레이션에 진전을 이뤘다”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에 진정세를 보였다. Fed가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기거나 인하 폭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여전히 강한 미국의 노동시장을 변수로 꼽았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S&P500지수 종가는 처음으로 5500을 돌파했다.

○파월 발언에 금융시장 ‘들썩’

파월 "인플레 둔화 진전"…'트럼프 쇼크' 잠재웠다
파월 의장은 2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포럼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와 관련해 “상당한 진전” “실질적인 진전” 등이라는 표현을 번갈아 쓰며 강조했다.

지난달 말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토론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파월 발언에 진정세를 보였다.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전날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와 관련해 면책의 길을 열어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거래일 대비 0.136%포인트 뛴 연 4.479%로 거래를 마감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으로 금리 인하 기대 심리가 생기면서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뉴욕증시 마감 무렵 연 4.435%로 전날 대비 0.044%포인트 하락했다.

뉴욕증시는 환호했다. 이날 S&P500지수는 처음으로 장 마감 기준 5500을 돌파했다. 전장보다 33.92포인트(0.62%) 오른 5509.01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62.33포인트(0.41%) 오른 39,331.8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9.46포인트(0.84%) 오른 18,028.76에 마감했다.

○고용시장 상황이 관건

하지만 파월 의장은 7월 말로 예정된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작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올해 1~3월 연속으로 예상치를 웃돌았다. 4월 들어 조금씩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가 더 지속돼야 금리 인하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여전히 강한 미국 노동시장도 걸림돌이다.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5월 구인 건수는 814만 건으로 전월 대비 22만1000건 늘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90만 건)도 웃돌았다.

파월 의장 또한 “미국의 경제와 노동시장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을 갖고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이 냉각돼야 이에 따른 소비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Fed의 판단이다.

다만 고용시장이 식고 있다는 지표도 나오고 있다. 고용정보업체 ADP가 3일 발표한 6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15만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6만 명)와 전월 증가폭(15만7000명)을 모두 밑돌았다. 지난 1월(11만1000명)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4.9%로 2021년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