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덥네”. 집 안에 들어선 A씨의 한마디에 LG전자 에어컨이 ‘윙’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A씨의 체온과 땀 배출 등을 살펴보던 에어컨은 스스로 온도를 조금 더 낮춘다.

A씨의 주문은 끝이 없다. “너무 답답해”라고 하자 필립스 공기청정기가 팬을 돌리고, 커튼을 열어 따사로운 햇볕을 거실로 불러들인다. 제네바 스피커는 평소 A씨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내보낸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먼 미래가 아니다. 인공지능(AI)이 만드는 ‘나만의 거실’은 이제 곧 현실이 된다. 똑똑한 AI를 장착한 각종 기기가 사용자에게 맞춰 모든 걸 해결해주는 세상. LG가 그리는 AI홈의 청사진이다.

○최고 수준 확장성 확보

LG의 'AI 야심'…400조원 스마트홈 주도
LG가 네덜란드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인 앳홈을 인수한 것은 AI로 움직이는 스마트홈을 보다 빠르게 구현하기 위한 전략이다. LG는 2016년부터 스마트홈 플랫폼 ‘LG씽큐’ 출시를 계기로 가전을 제어하는 수준을 넘어 연결성을 높이는 스마트홈 사업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이런 점에서 앳홈은 LG에 최적의 기업으로 평가된다. 앳홈이 운영하는 호미 앱스토어에는 필립스, 이케아 등 전 세계 브랜드 제품을 연결하는 애플리케이션 1000여 개가 등록돼 있다. 고객이 앱을 내려받으면 LG 제품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가전,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연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다 많은 고객 사용 데이터를 확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건 덤이다.

LG씽큐에 앳홈의 개방형 생태계를 더하면 LG의 확장성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앳홈은 인수를 마무리한 뒤에도 운영 체계와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상호 시너지를 도모하면서도 앳홈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LG는 AI홈 시대를 선제적으로 열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내 LG씽큐에 생성형 AI를 접목하기로 했다. 그래야 완벽한 AI홈을 실현할 수 있어서다. 생성 AI로 LG AI 연구원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인 엑사원을 활용할지, 외부 파트너사와 협력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먼저 승기 잡나

스마트홈 시장은 가전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은 2023년 812억달러(약 113조원)에서 2028년 2602억달러(약 362조원)로 연평균 26.23% 커질 전망이다.

가전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탓에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글로벌 가전 기업들이 스마트홈 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LG뿐 아니라 삼성전자, 밀레, 지멘스 등이 앞다퉈 스마트홈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관련 소프트웨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가전업계의 경쟁력은 제조 기술력보다 소프트웨어와 연결해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데서 판가름 날 것”이라며 “그 중심에 스마트홈이 있기 때문에 가전업체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박의명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