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3일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위원장에게 국방위 전체회의가 취소된 데 대해 항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3일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위원장에게 국방위 전체회의가 취소된 데 대해 항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이참에 독도를 일본에 넘겨주자는 거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논평에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쓴 국민의힘을 향해 “정신 나갔다”고 말해 지난 2일 국회 대정부질문이 파행된 후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반일 몰이에 나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원의 전날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잘못을 누가 했냐”며 “호시탐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과 우리가 동맹 맺을 일이 있냐”라고 했다.

4성 장군 출신인 김 의원은 전날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국민의힘 논평을 언급하며 “어떻게 일본과 동맹을 하냐. 정신 나갔다”고 말해 여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여야 의원들이 단상 앞으로 몰려가 대치했고, 이날 대정부질문은 결국 파행됐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정신 나갔다”는 표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3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보이콧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사과 요구를 거부했지만,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 김 의원 대신 박 원내대표가 “어제 우리 당 의원의 거친 언사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이 이어졌다. 민병덕 의원은 SNS에 “일본은 임진왜란 이후 오랫동안 정한론을 버리지 않았다”며 “그들과 동맹이라니, 제정신인가”라고 썼다. 같은 당 정진욱 의원도 “독도를 빼앗으려는 자들과 군사동맹? 정신 나간!”이라고 했다. 이성윤 의원 역시 “일본은 지금 조선 땅에 총독부를 다시 세워 믿을 만한 총독을 앉혀뒀다고 축배를 들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정치권이 외교 용어를 사용할 때 그 표현이 정확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당이 ‘한·일 동맹’이라고 한 건 잘못”이라면서도 “이를 독도 영유권과 연관 짓는 것은 불필요한 정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재영/김종우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