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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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이 2035년까지 10만가구 이상 공급된다. 도심 속 노후 공공청사 부지에 공공임대 주택을 5만가구 이상 짓는 사업도 추진된다.

정부가 3일 확정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역동경제 로드맵’에는 이 같은 내용의 주거 공급 대책이 포함됐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모델의 장기 민간임대를 내놓기로 했다. 민간 사업자가 100가구 이상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운영하는 전문화된 대규모 임대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시범단지 사업에 착수해, 2035년까지 10만가구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임대 기간을 2배 이상 늘려 임차인의 주거 안전성을 키운다는 대목이다. 기존의 등록임대주택은 10년간 운영하다가 분양전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 임대주택의 약 80%는 민간에서 공급되고 있는데, 영세·비등록 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전세사기 등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예컨대 100가구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형 사업자는 2022년 기준 213명에 불과하다. 전체 임대사업자의 99%는 1가구만 갖고 있는 영세 사업자다. 비등록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임대주택이 절반을 넘는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선 대형 전문업체가 임대주택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정부는 민간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임대료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의무 임대기간 중 임차인이 바뀌게 되면 임대료 ‘5% 증액 제한’을 두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세입자가 바뀌어도 임대료 상승률 제한이 적용되고,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임대료 인상시 소비자물가지수 이하로만 가능하다는 등의 여러 규제가 있다.

임대사업자가 여러 주택을 장기간 임대로 운영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등 합리화도 검토한다. 현재 수도권 기준 6억원(비수도권은 3억원) 이하 등록 매입임대주택만 종부세 합산배제가 가능하다. 보험사 등 장기투자성 자금을 끌어올 수 있도록 금융사의 부동산 관련 직·간접 투자를 제한한 규정도 손볼 계획이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은 국토부가 전세 제도를 대체할 수단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전세의 경우 전세사기나 역전세 등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갭(매매가와 전세가 차이)을 활용한 투기를 유발해 부동산 시장 불안을 가져오는 부작용이 있다는 판단이다. 국토부는 이달 중으로 장기 민간임대주택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도심 내 공공주택 공급도 늘린다. 국내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9%)보다 높지만, 청년층 등 수요를 충족하는 도심지 임대주택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30년 이상 노후 공공건축물 복합개발 방식을 통해 2035년까지 최대 5만가구의 도심 내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오는 9월 구체적인 공급방안을 마련하고, 내년까지 시범사업(10개소)에 착수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정부는 노후 주민센터나 파출소, 세무서, 폐교, 공공기관 사옥 등을 재건축할 때 생기는 여유 공간에 임대주택을 선보이는 방식을 검토할 예정이다. 최대 용적률로 건축 허용, 주택도시기금(HUG) 출·융자 지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도 제공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도시재생 사업 등을 할 때 이런 방식이 활용된 사례가 있는데, 이를 좀더 체계적이고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올 하반기에 건설 분쟁조정위원회 운영을 확대하고 3기 신도시 등 착공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신속한 준공·입주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2027년까지 총 27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로드맵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개선 방안도 하반기에 마련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리츠’ 도입을 위한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도 발의할 계획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