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 교수가 고셔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 교수가 고셔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희귀질환인 고셔병의 신경학적 증상을 완화하는 데 감기약으로 활용되는 암브록솔 성분이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셔병은 유전적 문제로 체내 세포에 특정 당지질이 축적되는 질환이다.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일부 고셔병 환자가 호소하는 발작, 인지기능 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까지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태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범희·황수진 의학유전학센터 교수팀이 2013년부터 10년 간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고셔병 환자 6명에게 기존 표준 치료법(효소대체요법)과 암브록솔 치료법을 병용했더니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하지 않았다고 3일 발표했다.

감기약에 들어있는 암브록솔 성분이 고셔병 신경학적 증상 치료에 효과 있다는 연구 결과는 15년 전에 발표됐다. 하지만 장기 효과를 입증한 추가 연구 결과는 없었다. 국내 연구진이 첫 장기 추적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인구 10만명 중 1명꼴로 환자가 발생하는 고셔병은 체내 세포의 특정 효소(글루코세레브로시다제)가 유전적 문제로 결핍된 질환이다. 이 때문에 축적된 당지질이 골수에 영향을 미쳐 뼈 통증, 괴사가 생길 수 있다. 간, 비장, 림프절 비대를 호소하기도 한다.

효소를 추가로 공급하는 효소대체요법을 사용하지만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 환자 절반 정도는 발작, 인지기능 장애, 안구운동 문제, 손떨림, 보행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을 호소한다. 더욱이 효소대체요법으론 이런 증상은 치료할 수 없다. 추가로 공급된 효소가 뇌까지 공급되진 않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6명의 고셔병 환자 중 4명은 신경학적 증상이 상대적으로 약한 초기 환자였다. 2명은 스스로 걷기 힘들 정도로 증상이 진행된 환자였다. 초기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은 9년 후부터는 발작 증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교수는 "아직 고셔병 신경학적 증상 치료를 위한 약이 개발돼 있지는 않다보니 하루에 수십 알의 감기약을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환자 5% 정도가 고셔병 발생 유전자의 보인자로 알려졌기 때문에 고셔병과 파킨슨병에 대한 효과적 치료제 개발에 이번 연구 결과가 바탕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혈액학회지(American Journal of Hematology)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