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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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을 차량으로 질주해 15명의 사상자를 발생한 ‘시청 역주행 참사’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심하고 있다. 68세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어 주요 쟁점이 된 가운데 사고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국과수 급발진 입증 ‘0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현재 사고 차량에 대한 급발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와 함께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차량의 EDR(사고 기록 장치)에 남은 전자 기록을 확인했다”며 “운전자는 사고 직전 가속페달을 90% 이상 강도로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찰이 그동안 국과수의 판단으로 급발진 여부를 가려낸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와 유사했던 2022년 말 강원 강릉에서 벌어진 급발진 의심 사고의 경우 경찰은 지난해 말 운전자를 불송치했었다. 당시 12살 이도현 군이 숨졌고 운전자인 도현이 할머니에게 혐의가 없다고 했다. 감정 결과에서 차량 EDR에 저장된 마지막 5초의 기록이 가속 페달을 100% 모두 밟은 것으로 저장돼 있었다. 당시 경찰은 데이터 감식 결과가 차량의 기계적 오류가 없었다는 결과로 이어지기에 무리가 있다고 봤다.

지난 5년 동안 급발진 의심 증거들은 늘고 있지만, 국과수 등이 차량 결함을 인정한 사례는 ‘0건’이었다. 법조 관계자는 “경찰 등은 소프트웨어 분석 능력이 없어 사고기록장치(EDR) 기록만 따진다”며 “증거로서의 가치를 낮게 본다”고 말하고 있다.

교통 관련 한 전문가는 “EDR을 감정해도 불명확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운전자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은 EDR에 기록된 몇 초 외에 나머지 부분에 대한 입증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려운 초행길이 사고 불렀다?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사고 원인은 운전 미숙이다. 운전자와 동승자 아내는 여러 매체를 통해 “퇴직 후 버스 기사를 하는 운전 베테랑”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장소가 독특한 사거리인 탓에 운전자가 순간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현재 부주의나 운전 미숙으로 역방향으로 진입한 것이 아니냐고 추정하고 있다. 사고 운전자는 경기 안산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고 차량은 사고를 내기 직전 일방통행로를 거꾸로 진입했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폭이 좁고 곡선 구간인 호텔 지하주차장을 지나쳤다. 1층에 다다랐을 당시 처음 눈앞에 보이는 사거리 중 12시 방향(일방통행로)으로 진입했다. 눈앞엔 ‘진입금지’란 안내판이 길 좌측에 있었지만, 야간이라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당황한 운전자가 그대로 직진했다는 설명이다.

○경찰 “블랙박스 등을 확인해 사고 원인 찾겠다”


현재 경찰은 사고 차량 내 블랙박스를 확보해 원인을 찾고있다. 블랙박스 내엔 별다른 대화가 녹음돼있지 않고, 비명만 지르는 소리가 녹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운전자와 동승자가 부부싸움 대화 내용이 블랙박스에 녹음됐다’ ‘화가 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았다’란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실무근”이라며 루머라고 해명했다.

사고 운전자가 사고 피해 여파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이 때문에 경찰은 당장 가해자를 입건해 수사하기보다 치료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