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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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가 '돌풍'의 정치색을 지우며, 신인상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설경구는 3일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 인터뷰에서 "상은 그날의 운이라 생각한다"며 "드라마는 신인이니까"라고 욕망을 숨기지 않아 폭소케 했다.

설경구는 "드라마 현장이 낯설었다"며 "신인이라는 말이 굉장히 좋은 거 같다. 제 나이에 신인이라는 얘길 들으면 복 아닌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써주시겠지만, 신인상 못 받은 배우들은 굉장히 약 올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신인상은 받을 수 있는 자격의 시기가 있는데, 주는 사람보다 더 받고 싶어 하는 게 신인상"이라고 덧붙였다.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드라마다. 권력을 향한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두 인물, 박동호와 정수진의 격정적인 대립을 그린다. 치열한 정치 대결 속 인물의 감정이 돌풍처럼 몰아치는 전재 속에 배우 설경구와 김희애가 각각 박동호, 정수진으로 분했다.

설경구는 "20여년 전에 아침드라마를 찍긴 했지만, 드라마로서는 신인이 맞다"며 "A팀, B팀이 움직이면 배우는 못 쉰다고 하는데,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 여유 있게 찍는 편이었다"고 전했다.

설경구가 연기한 박동호는 초심을 잃고 타락해 버린 대통령 ‘장일준’에게 하야를 요구했다가 되려 누명을 뒤집어쓰고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는 인물이다. 재벌과 검찰, 여론을 이용해 자신을 조여오는 ‘정수진’을 포함한 부패 권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서든 권력을 잡아야 하는 인물을 설경구는 입체적으로 연기했다는 평이다.

정치 드라마이며, 박동호라는 인물의 최후가 실존했던 정치인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설경구는 "정치가 아니라 사람이 남는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설경구는 "(박경수) 작가님이 누군가를 포인트를 주고 얘기한 건 아니고, 사회의 한축이라 자연스럽게 한 거 같다"며 "누군가를 타깃으로 쓴 건 아닌 거 같다.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한 사회에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외피가 정치다 보니 그런 건데, 정치가 아니라 사람이 남는 드라마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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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드라마 아닌가.

첫 드라마는 아니고, 20여년 전에 아침드라마를 찍긴 했다. 그때랑 환경이 많이 달라졌더라. 그래도 재밌었다. 쫄아서 시작했는데, 막상 닥쳐서 해보니 긴 호흡의 작품이 주는 재미도 있었다. 제작 기간도 길고, 밥도 같이 안 먹는다고 해서. A팀, B팀이 움직이면 배우는 못 쉰다고 하는데,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 여유 있게 찍는 편이었다. 물론 제 캐릭터가 거의 안 돌아다닌다. 그런 장점도 있었다. 다들 저를 보러오지, 제가 가지 않는다.

▲ 주변에 조언을 구했나.

다들 조언보다는 걱정만 하더라. 그리고 '그 작가님 쪽대본 주는 걸로 유명한데'라고 하고. 그런데 책이 빨리 나왔다. 그래서 같이했던 배우들이 놀라더라. 제작사에서는 책이 빨리 나올 거라고 했고,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나왔다. 이렇게 평소에 쓰지 않는 대사를 제가 쪽대본으로 받으면 당황했을 텐데, 다행히 그러지 않았다.

▲ 김희애 배우가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하더라.

갑자기 머리가 핑 돈다. 그분이야말로 더 소중하다. 42년된 살아있는 유물이다. 김희애로 살아왔는데, 대단하지 않나. 흐트러짐 없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 처음 봤다.

▲ 박근형은 박경수 작가랑 여러 번 작품을 같이 했는데, 조언이나 이런 건 없었을까.

어려워서 조언을 구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말도 못 걸었다. 끝까지 계속 연습하시더라. 저기 구석에서 소리 내서 막 하더라. 그래서 보조출연자분들도 말도 못 하고 조용히 있더라. 사적인 얘기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대단했다.

▲ 어디 가도 맏형인데, 조금 다른 분위기 같다.

딱 중간이라 좋았다. 너무 좋더라. 저는 현장 가면 맏형 같은 느낌인데, '돌풍'은 연배가 꽤 있어서 안정감도 있었다. 그분들이 품어주는. 그런 부분이 좋았다. 맏이는 불편하다. 어른 대접해주는 게 불편하다.

▲ 그런데도 박경수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처음엔 박 작가님을 잘 몰랐다. 대본을 5부를 처음 봤고, 너무 재밌었다. 그 후 작가님이 그런 분이라고 하더라. 만났을 때 '1분1초라도 지루한 건 싫다'고 하시더라. 본인이 지루하면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지루하겠냐고 하더라. 그런 성향이 보여서 좋았다.

▲ 대사의 말맛이 있는 작가 아닌가. 그걸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진행되는 과정의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그 과정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 대사 자체를 살리려고 하지 않았다.

▲ 그 과정 안에 계속 반전이 나온다. 가장 충격적인 반전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박동호의 죽음이었다. 그런데 '아니 이렇게, 마지막까지 너의 몰락을 저승에서 지켜보겠다'는 느낌으로 갈까 싶었다. 죽음을 알고, 현재까지 독하게 지키면서 가는구나 싶었다. 박동호는 현실의 인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어딨나, 판타지지. 그런데 등장인물 속에서도 판타지가 되면 안 돼 더 헤맸던 거 같고.

▲ 그 장면을 이틀 동안 찍었다고 하더라.

힘들진 않았다. 그 장면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조금 창피한 얘기인데, 뒤로 떨어지는데, 첫 테이크에서 와이어 줄을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잡더라. 두렵더라. 소심하게 그 손을 놓고 다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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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5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겨냥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작가님이 누군가를 포인트를 주고 얘기한 건 아니고, 사회의 한축이라 자연스럽게 한 거 같다. 누군가를 타깃으로 쓴 건 아닌 거 같다.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한 사회에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외피가 정치다 보니 그런 건데, 정치가 아니라 사람이 남는 드라마이길 했다.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 박동호의 결말 역시 전 대통령이 연상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제가 그걸 염두에 뒀다면 '못하겠다'고 했을 거 같다. 걸음도 못 뗐을 거다. 누굴 상상하지 않았다. 그냥 박동호였다. 편하게 그 자체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만약에 그랬다면 박동호의 마지막을 바꿔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을까.

▲ 박동호 같은 정치인을 꿈꾸나.

아니다. 위험한 인물이다. 속 시원한 부분도 있지만, 실천하는 과정이 더 큰 악이었던 거 같다. 위험한 신념과 타락한 신념이 부딪힌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거기에 집중해서 봐야 하는 거 같다. 각자 인물 그대로로 느끼셨으면 좋겠다.

▲ '돌풍'을 하면서 이상적인 정치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상적인 정치는 모르겠다. 그 답은 정치인들이 이론적으로 알지 않을까. 저는 그냥 인물만 남았다. 박동호와 정수진이라는 인물들이 남았다. 물론 저도 제 안에 정치적인 신념은 있지만 그걸 강하게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강하게 드러내는 아이다.

▲ 신념을 지키며 나아가는 사람인가?

흔들리는 편이다. 신념 같은 건 없다.(웃음) 신념이 뭔지도 잘 모른다. 주어진 걸 열심히 할 뿐, 큰 대의는 없다. 연기를 할 때도 특별한 철학이 있다기보다는, '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하는 거다. 매일매일 주어진 작품을 열심히 하는 거다. 거대한 철학을 갖진 않는다.

▲ 새로움을 위해 하는 노력이 있을까.

겹치지 않으려 한다. 계속 연기를 하면 겹칠 수 밖에 없는데 최대한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거다. '안 겹쳐요'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고. '돌풍'을 했던 헤어, 메이크업과 지금 또 같이하는데 '박동호 만들지 말라'고 한다. 비슷하겠지, 왜 없겠나. 그런데도 그렇게 하는 거다.

▲ 작품 속도 조절에 대해선 고민을 해보지 않았을까.

연기는 연구하는 게 아니고, 가리키는 게 아니다. 느끼게 하는 거다. 다른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해 쉬거나 그런 이유를 하지 않을 거 같다. 저는 시나리오에서 뭔가 겹치지 않으면 눈이 가고, 그래서 운 좋게 계속 가는 거 같다. 저처럼 취미 없는 사람들은 현장이 취미고 그렇다. 놀러 가는 건 아니지만. 현장에 있을 때 행복함을 가장 많이 느낀다.

▲ '더문'에서 김희애 배우와 함께했는데, 또 같이하게 됐다.

싸우는 장면을 찍을 때마다 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준비를 많이 하고, 저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 처음 봤다. 촬영 준비하는 과정에 모니터를 보는데, 김희애 씨가 연기를 하더라. 조명이 들어오고 그 어수선한 와중에 집중해서 하더라. 40년을 김희애로 살아온 이유가 있는 거 같다. 철두철미하고, 자신에게 철저하다. 저 때도 김희애는 책받침이 있었다. 회식할 때도 딱 끊고 간다. 수수한데 아우라가 있다.

▲ 시청자로서 '돌풍'을 한 번에 다 봤을까.

시청자 입장은 안 되지만 한 번에 다 봤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공개 전에 비밀번호를 주셔서 다 볼 수 있었는데, 3부부터 땀이 나기 시작해서 다 못 봤다. 제 모습만 클로즈업되고, 무안하고 미안하고 모르겠더라. 12부까지 어떻게 보나 싶었다. 끊고 안 보다가 공개되고 봤다. 그래도 시청자처럼 못 보겠더라. 반전과 반전도 다 아니 그 재미도 못 느꼈고.

▲ 가족들은 어떻게 봤다던가.

재밌게 보더라.

▲ 넷플릭스 제작인데 한국 정치사라 흥행은 쉽지 않은 콘텐츠가 아닌가 싶다.

한국 정치 얘기라고 하면 힘들 수 있는데, 사람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SNS 안에서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모르지만, 4일 됐으니 모르지 않겠나.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는 좋은 반응이 왔다고 하니 감사하고, 확장이 더 될 수 있다면 좋을 거 같다.

▲ 공교롭게도 송강호와 신인상 경쟁을 펼치게 된 상황이다.

상은 그날의 운이라 생각한다. 드라마는 신인이니까. 현장이 낯설었다. 신인이라는 말이 굉장히 좋은 거 같다. 제 나이에 신인이라는 얘길 들으면 복 아닌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써주시겠지만, 신인상 못 받은 배우들은 굉장히 약 올라 한다. 이미 때를 놓쳤으니까. 받을 수 있는 자격의 시기가 있는데, 주는 사람보다 더 받고 싶어 하는 게 신인상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