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진 신한PWM강남센터 부지점장
하반기 2차전지株 재도약
음극재·전구체 기업 '주목'
"HBM, 이제 시작이다"
SK하이닉스 관련株 '기대감'
디아이티·브이엠 투자 매력↑
"변동성엔 '장투'가 답"
최대 3년 묵혀야 수익
안성진 신한투자증권 신한PWM강남센터 부지점장은 3일 “하반기 국내 증시는 지수 하락을 부를 요인이 산재한 상태”라며 “2차전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주에 최소 1년 반을 장기 투자해 수익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 부지점장은 신한투자증권에서 일임형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 운용 규모가 가장 큰 국내 주식 전문 프라이빗뱅커(PB)다. 지난 1일 기준 1510억원의 자금을 굴린다. 최근 5년 기준 누적 수익률은 200~300%를 기록하고 있다.
"HBM 관련주, 아직도 싼 곳 있다"
그는 하반기 코스피지수 발목을 잡을 3가지 변수를 제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미 대선의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 △미국의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다. 안 부지점장은 “특히 금투세 도입은 내년 실행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유가증권시장뿐만 아니라 코스닥시장 종목들에 하방 압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와 미·중 무역 갈등이 커진다는 점도 예측할 수 없는 순환매 장세를 부를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금리 인하 시점과 횟수 변동성을 더해 하반기 지수 흐름을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난도가 높아진 장세에서 그는 2차전지 업종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이 ‘베팅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전기차 수요 위축이 있다고 해도, 상반기 낙폭은 너무나 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LG에너지솔루션(4.8%) 엘엔에프(9.66%) 에코프로(5.78%) 등 2차전지 대표주들은 간만의 반등세를 보이며 바닥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대형주 투자도 좋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실리콘 음극재와 전구체(양극재 원료) 전문 업체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기술 발전이 가파른 분야고, 미·중 무역 갈등 반사이익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근거다. 관련 업체인 대주전자재료(61.39%), 에코앤드림(156.4%)은 업황 악화에도 올들어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아직은 주가가 횡보 중인 나노신소재(-1.77%)도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상반기 인기를 누린 HBM 관련주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안 부지점장은 “HBM은 후발주자 마이크론이 벌써 내년도 공급 가격 협상을 마무리할 정도로 호황”이라며 “시장의 선두 SK하이닉스는 하반기 30만원까지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히 SK하이닉스의 장비 공급사에도 온기가 지속된다고 내다봤다. 이미 시장에선 한미반도체(168.59%), 테크윙(443.42%)의 주가가 올들어 크게 오르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들 중에서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적은 곳에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가치사슬에 속한 업체 중엔 올해 주가 상승폭이 작았던 곳들이 존재한다. 레이저어닐링(ELA) 장비 공급사 디아이티(31.74%)나 건식 식각 장비 제조사 브이엠(13.15%)이 대표적이다.
주가 상승률 300%부터 '투자 주의'
안 부지점장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만연한 ‘단타 매매’에 우려를 표했다. 변동성이 커질 하반기에는 장기투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기간은 1년 반에서 3년을 잡으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3~4배 수익이 났던 종목들을 복기해보면, 어느 하나도 빠짐없이 수익률이 –20% 이상을 기록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내 끝에 수익이 난다’는 투자 철학을 세운 이유다. 투자 포인트 훼손이 없다면, 단순히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했다. “순환매가 반복될 하반기 장세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적합한 대응”이라고도 덧붙였다.주가가 과열된 업종도 주의하라고 지적했다. 기준은 주가 상승률이 반년간 300%에 달할 경우라고 했다.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는 수출주가 집중적으로 관심 받으며, 화장품 업종의 실리콘투(465.77%), 식음료 업종의 삼양식품(153.73%) 등 기록적인 주가 상승률을 보인 종목이 속출했다. 그는 “기준치인 300%를 넘었다면 수출 지표가 소폭 감소하는 등 약간의 악재만 있어도 주가가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며 “하반기에도 수출주 전망은 밝지만, 기준치에 근접할수록 긴장감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