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돌풍'
사진=넷플릭스 '돌풍'
"쓰레기가 남았는데 청소부가 떠날 수 있나. 세상의 먼지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난 청와대에 남아야겠습니다."

지난 6월 28일 넷플릭스가 선보인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 정치의 복잡한 역학관계와 권력 투쟁을 심도 있게 다루며 현실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준다는 평가다.
넷플릭스 '돌풍'
넷플릭스 '돌풍'
돌풍은 부패한 권력을 뿌리 뽑으려는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 분)와 이에 맞서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분) 사이의 정치적 대결을 그린 드라마다. 단순한 정치 드라마를 넘어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본질을 찾아가는 가운데 볼펜까지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믹서기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정수진과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가던 박동호는 '돌풍' 6화에서 청와대 집무실에 자리 잡고 있던 블렌더에 볼펜을 넣고 갈아버린다. 날카로운 금속 갈리는 소리 끝에 볼펜 등은 솜털 같은 가루가 된다.
넷플릭스 '돌풍'
넷플릭스 '돌풍'
이 제품은 코스텔 초고속 레트로 블렌더 제품이다. 분당 2만2000회의 회전속도를 자랑하면서도 재료의 영양분과 식이섬유의 손상을 최소화하며 잔류물이 남지 않아 음료의 맛과 식감을 높여준다

드라마는 박동호가 재벌과 결탁한 대통령의 부패를 목격한 후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며 시작한다. 그러나 정의로움을 자처한 박동호의 행보는 대통령 암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고 이후 4주 안에 대한민국을 완전히 뒤엎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정치적 대결이 긴장감을 더해가는 가운데에는 박동호의 행보에 맞서는 정수진, 대진 그룹 부회장 강상운(김영민 분)으로 대표되는 재벌 세력, 대통령 비서실장 최연숙(김미숙 분)까지 치열한 권력투쟁의 현장 그 자체를 보여준다.

'돌풍'은 현실 정치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청문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자녀들의 입시, 병역 등 국민들의 분노를 건드릴 요소는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대목은 기존 정치판에서 끊이지 않았던 이들 문제를 꼬집는다.

박경수 작가는 돌풍' 기획 및 집필 의도에 대해 "이미 낡아버린 과거가 현실을 지배하고, 미래의 씨앗은 보이지 않는, 답답하고 숨 막히는 오늘의 현실을 리셋하고 싶은 갈망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돌풍'서 메시지를 던지는 주요 대사로 "거짓을 이기는 건 진실이 아니야. 더 큰 거짓말이지", "썩어가는 세상을 어떻게 할까, 질문은 같아. 너하고 나 답이 다를 뿐. 내가 내린 답을 정답이라고 믿고 끝까지 밀어붙이련다", "공정한 나라, 정의로운 세상, 이 땅을 천국으로 만들겠다 약속한 자들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어"를 꼽았다.

그는 박동호에 대해 "비록 ‘위험한 신념’을 가졌지만, 자신의 미래를 포기한 자가 주어진 시간 동안 세상을 청소하고 국가를 포맷하려는 그 숨 가쁜 진격의 템포가 현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작은 메시지라도 던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