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의 어도비, 주가 '널뛰기'…생성AI, 악재냐 호재냐 [글로벌 종목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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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성장세 정체 우려 벗어
전문가용 포토샵 구독 서비스 'CC' 순항
쉬운 모바일·일반용 '익스프레스'도 인기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가 최근 인공지능(AI) 수혜주로 지목되면서 본격적인 주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포토샵은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의 동의어로 인식될 정도로 압도적인 브랜드 인지도와 점유율을 자랑하며,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프리미어 프로 역시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시가총액 약 2500억달러(약 347조원)의 대기업으로 한국에선 삼성전자를 빼면 어도비보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 없다. 198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 10년 사이 프로그램 패키지 판매에서 구독형 서비스로 사업 모델을 성공적으로 전환하면서 클라우드 시대에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대표 상품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를 구독하면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미국에선 매월 59.99달러(약 8만3000원), 한국에선 월 7만8100만 내고 쓸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등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어도비 익스프레스도 주목받고 있다. 2021년 선보인 이 제품은 일반인들이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쉽게 만들어졌고 간단한 기능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하기 좋도록 구성했고 최근 AI 기능을 추가했다. 정식 버전 구독료도 한 달에 9.99달러(한국에선 1만3200원)로 CC에 비해 저렴하다. 리서치 기업 모닝스타는 "익스프레스가 끌어들인 신규 사용자가 CC와 같은 더 높은 가격의 서비스로 전환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평가했다.
강력한 경쟁 업체로 떠오른 호주 캔바는 올해 초 그래픽 툴 어피니티를 인수해 생성형 AI 기능을 강화하는 등 수십 년의 아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호재로 여겼던 생성형 AI도 악재로 돌변했다. 멜리우스 리서치는 "오픈AI와 구글의 이미지·동영상 생성 도구가 어도비의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며 어도비를 구매 보류 등급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야침차게 추진한 경쟁사 피그마 인수의 좌절은 결정타였다. 웹 기반 협업 디자인 프로그램을 내세운 피그마가 업계의 호평을 받자 어도비는 2022년 9월 이 회사를 200억달러(약 27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발표 직후엔 '비상장사를 너무 비싸게 샀다'는 평가로 주가가 17% 폭락했으나, 생성형 AI 붐이 일어나자 '선견지명'이란 평가받으며 주가는 상승 랠리를 지속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경쟁 당국과 미 법무부 등의 제동으로 어도비는 지난해 12월 인수를 포기했다. 타일러 래드케 씨티그룹 소프트웨어 리서치 부문장은 올초 보고서에서 "경쟁사인 피그마와 캔바가 AI를 제품에 적용하면 어도비는 장기적으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AI 제품 및 도구로 수익을 창출해 매출과 이익을 증가시키는 속도가 예상을 밑돌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AI가 지금까지 수동으로 했던 여러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어 어떤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루탕 데사이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어도비 주식 매수 의견을 내면서도 "디지털 경험은 새로운 공간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더 크다"며 "예상보다 성장이 둔화할 수도 있고, 마진 확대가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전문가용 포토샵 구독 서비스 'CC' 순항
쉬운 모바일·일반용 '익스프레스'도 인기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가 최근 인공지능(AI) 수혜주로 지목되면서 본격적인 주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포토샵은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의 동의어로 인식될 정도로 압도적인 브랜드 인지도와 점유율을 자랑하며,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프리미어 프로 역시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시가총액 약 2500억달러(약 347조원)의 대기업으로 한국에선 삼성전자를 빼면 어도비보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 없다. 198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 10년 사이 프로그램 패키지 판매에서 구독형 서비스로 사업 모델을 성공적으로 전환하면서 클라우드 시대에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대표 상품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를 구독하면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미국에선 매월 59.99달러(약 8만3000원), 한국에선 월 7만8100만 내고 쓸 수 있다.
'제품에 AI 통합 성공' 평가에 주가 회복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시장에서 어도비는 전날보다 0.43% 오른 570.1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5월 433달러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급반등해 연초 수준(580달러)을 향해 상승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주가가 70%가량 상승한 어도비는 올들어 성장세가 정체될 것이란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으나, 최근 AI 수혜주로 재부각되고 있다. 주가 급반등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예상을 뛰어넘는 2분기(회계연도 기준, 3~5월) 실적을 발표하면서다.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어난 53억1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순이익도 14.6% 늘어난 5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2분기 기준으로 4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올해 매출액 전망치도 214억~215억달러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어도비는 실적 성장이 빨라진 요인으로 AI를 꼽았다. 데이비드 와드와니 어도비 디지털 미디어 사업부 대표는 미국 CNBC 방송에서 "주력 애플리케이션인 파이어플라이와 익스프레스를 비롯해 문서 클라우드와 CC 등 전반에 걸쳐 AI 기능을 채택하고 조기 수익화했다"고 말했다. 파이어플라이는 텍스트 지시어와 콘텐츠로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사진을 편집할 수 있는 AI소프트웨어다. 어도비는 최근 문서 프로그램 애크로뱃을 통한 PDF 파일 편집에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추가하는 등 잇따라 업데이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글로벌 전자문서 표준으로 지정된 PDF 파일 형식도 1993년 이 회사가 개발했다.그래픽 디자이너 등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어도비 익스프레스도 주목받고 있다. 2021년 선보인 이 제품은 일반인들이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쉽게 만들어졌고 간단한 기능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하기 좋도록 구성했고 최근 AI 기능을 추가했다. 정식 버전 구독료도 한 달에 9.99달러(한국에선 1만3200원)로 CC에 비해 저렴하다. 리서치 기업 모닝스타는 "익스프레스가 끌어들인 신규 사용자가 CC와 같은 더 높은 가격의 서비스로 전환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평가했다.
충격 안겼던 27조 피그마 인수 불발
어도비의 주가는 지난달 실적발표 전까진 부정적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S&P500 지수가 약 14% 상승하는 동안 어도비 주가는 23% 하락했다.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어도비는 2015~2022년 연평균 약 20%씩 매출을 늘렸으나 대부분 본업이 아닌 마케팅, 전자상거래, 분석 등 새로운 부문 인수합병(M&A)에 의존했다.강력한 경쟁 업체로 떠오른 호주 캔바는 올해 초 그래픽 툴 어피니티를 인수해 생성형 AI 기능을 강화하는 등 수십 년의 아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호재로 여겼던 생성형 AI도 악재로 돌변했다. 멜리우스 리서치는 "오픈AI와 구글의 이미지·동영상 생성 도구가 어도비의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며 어도비를 구매 보류 등급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야침차게 추진한 경쟁사 피그마 인수의 좌절은 결정타였다. 웹 기반 협업 디자인 프로그램을 내세운 피그마가 업계의 호평을 받자 어도비는 2022년 9월 이 회사를 200억달러(약 27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발표 직후엔 '비상장사를 너무 비싸게 샀다'는 평가로 주가가 17% 폭락했으나, 생성형 AI 붐이 일어나자 '선견지명'이란 평가받으며 주가는 상승 랠리를 지속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경쟁 당국과 미 법무부 등의 제동으로 어도비는 지난해 12월 인수를 포기했다. 타일러 래드케 씨티그룹 소프트웨어 리서치 부문장은 올초 보고서에서 "경쟁사인 피그마와 캔바가 AI를 제품에 적용하면 어도비는 장기적으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정적 평가 완전히 뒤집어지나
부정적인 평가가 최근 일부 뒤집힌 것은 포토샵 등 주요 프로그램에 생성형 AI인 파이어플라이 기능을 빠르게 추가한 결과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고,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 때문이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어도비 목표 주가를 650달러로 상향하고 매수 의견을 내면서 "프리미엄 AI 기능이 포함된 CC 버전을 기업 고객들이 채택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고 무료 사용자들을 구독 서비스로 유인하는 데도 더 나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마크 머피 JP모간 애널리스트도 어도비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하며 보고서에서 "AI 수익화가 하반기와 내년에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다만 AI 제품 및 도구로 수익을 창출해 매출과 이익을 증가시키는 속도가 예상을 밑돌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AI가 지금까지 수동으로 했던 여러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어 어떤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루탕 데사이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어도비 주식 매수 의견을 내면서도 "디지털 경험은 새로운 공간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더 크다"며 "예상보다 성장이 둔화할 수도 있고, 마진 확대가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