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재판소 판결…日정부 주장 '20년 배상청구권 소멸' 인정 안해
日 "장애인 강제불임 수술, 헌법위반"…피해자에 국가배상 확정(종합)
일본 정부가 2차 세계대전 후부터 약 50년에 걸쳐 장애인을 대상으로 강제 불임수술을 강요한 것은 헌법 위반으로 국가는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3일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국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날 구(舊) 우생보호법에 따라 정부가 불임수술을 강요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1950∼1970년대 불임수술을 강제당한 장애인들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5개 소송에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 판결에 앞서 고등법원에 해당하는 고등재판소는 5개 소송 가운데 4건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1천100만∼1천650만엔(약 9천500만∼1억4천만원), 배우자에게 220만엔(약 1천900만원)을 배상하도록 국가에 명령했다.

나머지 한 건에서는 센다이고등재판소가 불법행위의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정 기간(제척기간)인 20년이 지났다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여 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최고재판소는 그러나 이날 판결에서 "제척기간을 적용해 국가의 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은 현저히 공평과 정의에 반한다"고 지적하며 정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고재판소는 또 구 우생보호법 자체가 헌법에도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일본에서 최고재판소가 법률 규정을 위헌으로 판단한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이번이 13번째이다.

일본은 나치 독일의 '단종법(斷種法)'을 좇아 제2차 세계대전 뒤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불량한 자손 출생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1948년부터 1996년까지 시행된 구 우생보호법에 따라 유전성 질환자, 지적장애인 등을 상대로 임신중절·불임 수술을 강요했다.

일본 국회가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 법에 따라 불임수술을 받은 2만4천993명 중 강제로 수술을 받은 경우가 무려 1만6천475명에 달했다.

10대 이하 젊은이의 피해 사례만 2천714건에 달했고 최연소 피해자는 고작 9살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 법 시행 초 부득이한 경우 수술 대상자를 속여도 된다고 시달했으며, 실제 맹장 수술 때 본인 모르게 불임수술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자궁이나 고환 적출을 한 사례도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