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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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오는 11월 예정된 대통령 선거의 영향권에 바짝 다가섰다. 과거 미국 대선을 보면 선거가 있는 해 하반기에는 S&P500지수가 상승하는 사례가 많았다.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각종 경기 부양책을 쏟아낸 게 증시 활황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올해는 상승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정부의 부채 비율이 높아 돈을 더 풀기 어렵고, 미 중앙은행(Fed)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내년으로 밀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역대 대선 전 S&P500지수 오른 경우 많아

美 대선 때마다 S&P500지수 올랐는데…"올해는 장담 못한다"
3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치뤄진 10번의 미 대선에서 선거가 치뤄지기 전(당해 연도 하반기 초~10월 말)에는 S&P500지수가 오른 경우가 많았다. 가장 최근에 대선이 있었던 해는 2020년이고, 선거 주기가 4년이기 때문에 역순으로 갔을 때 열 번째는 1984년이다. 10회의 대선 중 S&P500 지수가 상승한 건 7회다. 평균 상승률은 4.09%로 집계됐다.

S&P500지수가 가장 많이 오른 해는 로널드 W. 레이건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84년이다. 당시 6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상승률은 8.43%에 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2020년(5.47%),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6년(5.17%)에도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S&P500지수가 24.32% 떨어졌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평년과 같은 기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증권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밖에 선거 전 S&P500지수가 떨어진 해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0년(-1.73%)과 2004년(-0.93%)이 전부다. 2000년은 닷컴버블이, 2004년은 이로 인해 낮췄던 기준금리 인상이 영향을 미친 시기다.

“올해는 확장 정책 어려워 상승 여부 불투명”

美 대선 때마다 S&P500지수 올랐는데…"올해는 장담 못한다"
선거가 있는 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년 대비 높은 경향이 있다. 1984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선이 있는 해의 미국 평균 GDP 성장률은 2.9%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과 코로나19 사태가 있었던 2020년을 제외하면 이 수치는 3.8%까지 올라간다. 다른 해 평균 성장률(2.7%)보다 월등히 높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선거가 있는 해에는 재정 지출 규모를 늘리는 경향이 있어 증시가 활황을 띄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는 증시를 누르는 요인이 많아 투표일까지 S&P500지수가 우상향할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때 풀었던 돈을 Fed가 거둬들이는 중인데다 시장이 예상했던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자꾸 뒤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4월까지만 해도 시장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6월에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는 현실화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국 정부의 부채도 선거철 정부의 손발을 묶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부채 규모는 34조8400억달러(약 4경8470억원)에 달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대선 후보 토론회 뒤 지수가 급락했는데 이는 올해 선거가 증시를 끌어올리기는커녕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됐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