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AI 시대, '동네 사장님' 관점으로
지난달 말 중국 다롄에서 열린 하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세계경제포럼 참석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 이어 두 번째. 세계 최고 기업 경영자와 각국 지도자들이 소탈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보스와 다롄 회의에서 공통적으로 주목받은 주제는 인공지능(AI)이었다. 하지만 접근법은 완전히 달랐다. 1월 다보스에서 AI는 ‘낯선 무언가’였다. 새로운 기술이었기에 새로움 그 자체만으로 관심을 끌었다. 마치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2007년과 비슷하게. 그래서 논의는 조금은 막연했고 얕았다. 이제 막 써보기 시작했지만 잘 모르겠다든지, 지수적으로 성장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통제 밖으로 벗어날 위험이 있다든지 등 관념적 담론이 중심이었다. 미지의 기술에 대한 경계심도 곳곳에서 느껴졌다.

6월 다롄에서 AI는 새롭고 유용한 도구였다. 활용 사례와 시행착오들이 논의되기 시작됐다. 선도자인 오픈AI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의 AI 모델 특징과 차이, 나라별로 혹은 산업별로 특화하고 있는 대규모언어모델, 오픈소스 모델에 대해 크게 늘어난 관심, 정보 보안과 데이터 주권을 고려한 소버린 AI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시도와 사례들이 6개월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실감했다. 반년의 시차밖에 나지 않음에도 AI에 대한 접근법이 새로운 수준으로 진화한 것이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고 10억 명이 쓸 때까지 7년 걸렸는데, 챗GPT는 출시 두 달 만에 10억 명이 사용한 것을 생각해보면 이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퍼지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에 대한 별도 로드맵이 아니라 제품 로드맵이 중요하다.” 많은 참여자가 공감한 발제의 요지다. 올초까지만 해도 AI 도입 그 자체로 관심을 받았다. AI를 적용했다는 것만으로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마케팅 효과를 누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개별 서비스 기업에 AI 그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결국 기존 서비스에 얼마나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지, 이를 통해 고객 경험이 어떻게 변화했는지가 중요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하계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은 무조건적인 AI 도입을 오히려 경계했다.

고객 가치는 모든 것에 앞선다. AI 딱지를 붙인 기능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도입해 마케팅하는 것보다 지금 우리 회사의 주력 서비스 캐시노트를 쓰는 ‘동네 가게 사장님’들에게 지난달보다 쓰기 편해졌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 사장님에 대한 깊은 공감을 기초로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에 경도되지 않고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해야겠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고객 중심 사고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