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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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후보 첫 TV토론 부진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측근에게 향후 수일 내 여론 동향에 따라 후보직을 포기할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은 “완전한 거짓”이라며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바이든을 향해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사퇴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바이든 대선 중도하차?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재앙’이었던 지난주 TV 토론 이후 한 핵심 측근에게 ‘향후 며칠 안에 대중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면 대선 후보직을 사수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직은 재선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게 NYT와 소통한 대통령 측근의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과 소통했다는 측근은 “그는 그와 같은 일(TV토론에서의 불안정한 모습)이 두 번만 더 있으면 다른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과 측근의 이 같은 대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 참패에서 회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스스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신호”라고 썼다.

이에 관해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자주 말을 더듬고 맥락에 벗어난 발언을 한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후보 교체론이 제기되고 있다.

거세지는 후보 사퇴 압박

NYT 보도의 진위 여부와 상관 없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사퇴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물론 미국 내 주요 언론들도 잇달아 사퇴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라울 그리핼버 민주당 하원의원(애리조나)은 이날 NYT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라면 나는 계속 그를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해야 하는 일은 그 자리(대통령직)를 지키기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이며 그 책임의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선거를 관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앞서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텍사스)이 전날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후보직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새 후보를 어떻게 선출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지지자인 짐 클라이번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할 경우 일반인도 후보 선출에 참여하는 ‘미니 프라이머리’(미니 예비선거)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 내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글로브는 3일 ‘왜 바이든이 옆으로 비켜서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자유세계의 리더가 되는 고된 일을 완수할 수 있는 그의 능력에 대한 심각한 의문들이 현재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나라를 위해, 그의 당(민주당)을 위해, 그의 업적을 위해 바이든은 반드시 대선 출마 포기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심도 등 돌려

민심도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3일 발표된 NYT와 시에나대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등록유권자 15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대선 지지율은 41%로 트럼프 전 대통령(49%)과 큰 격차를 보였다. 토론 이전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6%포인트 앞섰다.

응답자의 74%는 바이든 대통령이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너무 고령이라고도 답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응답 역시 토론 후에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토론 이전에는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남아야 한다고 답했지만, 토론 이후에는 48%만이 후보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지했다.

송종현 한경닷컴 뉴스국장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