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개져버린
[만화신간] 토마토,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
▲ 토마토,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 = 안그람 글·그림.
용으로부터 황금을 팔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회계사, 말하는 토마토를 만난 데이트폭력 피해자, 남자친구가 외계인이라고 의심하게 된 여자아이….
어딘가 기묘한 단편 만화 5편을 모은 책이다.

첫 작품인 '100 브릭스(Brix)'는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친구가 외계인인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 테스트하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대상을 의심하게 되는 심리와 후회가 섬세하게 그려졌다.

표제작인 '토마토,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은 종교와 데이트폭력, 복수라는 무거운 주제들은 만화적 상상력으로 풀었다.

데이트폭력 피해자인 서마리 앞에 말하는 토마토가 나타나고, 절망에 빠진 순간 토마토의 조력을 받게 된다.

이후 마리는 열성적인 토마토 권리 운동가가 돼 케첩 공장 앞에서 시위를 벌인다.

터무니없는 설정 같지만,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이라는 범죄 앞에서 나약하던 피해자들이 피의 복수를 하는 무거운 이야기와 어우러지면서 균형을 이룬다.

'녹슨 금과 늙은 용'은 연금술과 용, 영웅이 존재하는 이(異)세계를 배경으로 따뜻한 판타지를, '진지하고 싶지 않은 혜지씨'와 '공룡의 아이'는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동화처럼 풀어냈다.

각각의 이야기가 지닌 무게는 다르지만, 모두 시험에 든 등장인물들이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만화 '연애소설 읽는 교수'를 그린 안그람 작가의 따뜻한 그림체 덕분에 무거운 소재들도 마냥 어둡기보다는 조금 신비롭게 느껴진다.

문학동네. 320쪽.
[만화신간] 토마토,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
▲ 빨개져버린 = 아하 글·그림.
어느 날 안구 실핏줄이 터져 안대를 쓰게 된 주인공.
평소 존재감이 희미하고, 같은 반에 친한 친구 하나 없는 중학생이었지만 안대 하나로 모든 것이 바뀐다.

반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서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선생님과 엄마는 걱정스러운 손길로 토닥여준다.

심지어는 이른바 노는 언니, 오빠들까지 찾아와 멋으로 안대를 쓰는 건지 아니면 정말 다친 것인지 확인도 하고 간다.

이 같은 관심이 좋았던 주인공은 눈이 다 나았음에도 안대를 계속 쓰고 다닌다.

그 안대가 헤져서 더러워질 때까지.
안대라는 작은 소품 하나로 사춘기 중학생의 섬세한 심리를 그려낸 만화다.

그 나이대 아이라면 가질 수 있는 허영심과 불안함, 관심 추구 등이 짧은 에피소드 안에 압축적으로 담겼다.

흑백 만화 위에 실핏줄이 터진 눈, 코피, 엄마의 신발, 자동차 라이트 등만 빨간색으로 채색해 도드라지게 표현했다.

아름드리미디어. 11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