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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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3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의 이탈리아 국영 항공사 ITA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집행위는 이날 "이번 승인은 루프트한자와 이탈리아 경제재정부가 제출한 시정조치안을 완전히 이행할 것을 조건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ITA는 현재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이번 계약이 없었다면 독립 항공사로서 ITA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은 매우 불확실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시장 경쟁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는 루프트한자와 이탈리아 당국이 시정조치안으로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EU 경쟁당국은 루프트한자가 ITA를 인수하면 이탈리아와 중부 유럽을 연결하는 노선을 루프트한자와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2개 회사만 운영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루프트한자와 이탈리아 정부는 이탈리아 밀라노 리나테공항의 일부 슬롯(항공기 이착륙 횟수)을 경쟁 항공사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루프트한자 측은 약 40개 슬롯을 저비용항공사인 영국 이지젯과 스페인 볼로테아에 양보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나이티드항공(미국)·에어캐나다(캐나다)와 루프트한자가 같이 운영하는 북미 합작노선에서도 공동 운영 노선을 늘리거나 루프트한자의 슬롯을 일부 넘기겠다고 밝혔다.

루프트한자는 지난 5월 이탈리아 경제재정부가 갖고 있는 ITA 지분 41%를 3억2500만유로(약 4800억원)에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지분 59%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도 확보해둬 향후 완전히 소유하게 될 수도 있다.

루프트한자 주가는 승인 발표가 난 이날 3.1% 상승했다. 이번 결정으로 영국 항공을 운영하는 IAG가 에어유로파 인수를 승인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감이 커지며 IAG 주가도 같은날 5.02% 급등했다.

루아리 컬리네인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규제 당국의 조사는 여전히 엄격하지만 이번 승인으로 규제 당국과 협의한 시정조치안에 따라 항공사 인수합병(M&A)이 승인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수십 년 동안 국가 자원을 낭비해 온 항공사에 대한 책임을 덜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지안카를로 조르제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 국민으로서, 그리고 장관으로서 가장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이탈리아 납세자들이 ITA 손실을 메우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