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의 ‘노련함’과 뉴진스 멤버들의 ‘발랄함’이 도쿄 전역을 흔들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민희진 대표의 ‘노련함’과 뉴진스 멤버들의 ‘발랄함’이 일본 팬들의 심장을 흔들어놨다. 지난 6월 26~27일 도쿄돔에서 뉴진스는 일본 공식 데뷔 무대이자 팬미팅인 <뉴진스 버니스 캠프 2024 도쿄돔>을 성황리에 마쳤다.
<뉴진스 버니스 캠프 2024 도쿄돔> 포스터 / 사진 제공. 어도어
<뉴진스 버니스 캠프 2024 도쿄돔> 포스터 / 사진 제공. 어도어
양일 간에 걸쳐 약 9만 1천명의 관객이 도쿄돔으로 향했다. 관객들은 10-20대 남녀가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40-50대 남성 팬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뉴진스 오지상 (40代이상의 아저씨 팬을 칭하는 용어)’이라는 언어가 주는 무게감과는 별개로 그들도 음악을 향유하는 관객으로서 현장에 동화되고 있었다.
[위] <뉴진스 버니스 캠프 2024 도쿄돔> 공연 입장 전 [아래] 도쿄돔 내부 / 사진. ©이진섭
[위] <뉴진스 버니스 캠프 2024 도쿄돔> 공연 입장 전 [아래] 도쿄돔 내부 / 사진. ©이진섭
'카이카이 키키’로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친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를 포함하여, 2000년대 오리콘 차트의 한 획을 그은 그룹 엠플로(M-flo), 영화배우 양조위, 심은경 등 유명인들도 공연장을 찾아 뉴진스와 함께 노래하고 춤췄다.

<뉴진스 버니스 캠프 2024 도쿄돔>은 뉴진스가 현재, 어떤 부류의 사람들과 팬층을 자신들의 음악 세계로 초대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공연 전부터 시부야에 열린 '뉴진스 팝업스토어'는 대부분의 아이템은 구매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판매가 종료된 상태였다. 멤버들이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디올, 루이비통, 구찌 등의 명품 브랜드가 있는 오모테산도, 신주쿠, 긴자 등 도쿄 주요 지역의 매장들은 모두가 뉴진스의 얼굴로 도배되었다. 이 외에도 코스메틱 브랜드, 과자, 껌 등 도쿄를 돌아다니는 동안 시선이 닿는 어딘가에 늘 뉴진스가 있었다.
뉴진스 머천다이징 / 사진.©이진섭
뉴진스 머천다이징 / 사진.©이진섭
프로듀서 250이 <뉴진스 버니스 캠프 2024 도쿄돔>의 오프닝을 장식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 5명의 완전체 뉴진스로 무대에 올라


프로듀서 250이 무대에 올라 <뉴진스 버니스 캠프 2024 도쿄돔>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뉴진스의 새롭게 믹스한 뉴진스의 음악들을 폴라로이드 사진같이 관객들에게 제시했다.

“You got me looking for attention”

뉴진스 멤버 다섯 명이 무대 위로 오르자, 도쿄돔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데뷔곡 ‘Attention’이 시작되고 관객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그동안 다리 부상으로 활동을 잠시 쉬었던 혜인도 무대에 올라 완전체 ‘뉴진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지는 ‘Cookie’와 ‘Hype boy’, ‘Super shy’, 그리고 ‘Cool with you’ 등 데뷔부터 1년 11개월의 시간 동안 팬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웃고, 공유했던 음악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캘빈 클라인을 입고 'Hype boy'를 노래하는 뉴진스 / 사진. ©이진섭
캘빈 클라인을 입고 'Hype boy'를 노래하는 뉴진스 / 사진. ©이진섭
도쿄의 심장을 들었다 놓은 3인방
하니의 ‘푸른 산호초’, 혜인의 ‘Plastic Love’, 민지의 ‘踊り子(Odoriko)’


뉴진스 멤버 각자가 준비한 무대도 화제였다. 단독 무대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하니였다. 하니는 80년대 일본의 부흥기를 상징하는 노래인 마츠다 세이코 (松田聖子)의 ‘푸른 산호초(青い珊瑚礁)’를 팬미팅 양일간 모두 불렀다.

1980년 데뷔 당시 마츠다 세이코를 재현한 스커트,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등 모든 패션이 하니에게 찰떡이었다. 도쿄돔은 잠시 45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으로 변해있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였던 이승엽이 홈런을 쳤을 때, 도쿄돔을 들썩하게 만들었던 함성이 노래 내내 터져 나왔다. 하니가 노래한 모든 시간이 일본인들에게는 황금빛 향수(鄕愁)의 순간이었다.

[하니의 '푸른 산호초' (채널. Trouble jeff)]


첫날, 혜인이 노래한 마리야 다케우치(まりや 竹内)의 히트곡 ‘Plastic Love’도 비슷한 감성으로 일본 팬들의 마음을 노크했다. 밴드 사이에서 산들바람같이 노래한 혜인은 화려한 도쿄의 불빛 같았다. 민지는 싱어송라이터 바운디(Vaundy)의 2021년 곡 ‘무희(踊り子)’로 무대에 섰다. 교복 패션과 10대의 감수성을 건드린 잔잔하고 매력 있는 무대였다.

<뉴진스 버니스 캠프 2024 도쿄돔>은 팬과 단순한 만남의 장이 아닌, 뉴진스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어도어’의 비전을 보여주는 패션쇼 같았다.

“우리가 도쿄돔 같은 큰 무대에서 어떻게 해냈지? 진짜 해냈다. 버니즈로 꽉 채워서 무대를 했다는 게 잘 안 믿겨져.“

6월 28일 12시 즈음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포닝(Phoning, 뉴진스와 팬이 소통하는 전용 모바일 App)에 이런 글을 남겼다. 뉴진스 멤버들은 이 무대의 소중함과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필터 없이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번 뉴진스의 도쿄돔 무대는 이들이 다음 단계를 가기 위한 준비운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게 완벽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공연 중 영상과 아티스트의 노래의 싱크가 맞지 않았던 것이나, 도쿄돔에 걸맞은 음향 스케일과 프로덕션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이들이 다음에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을 것 같다. 완벽하면 재미없으니까.

문화적 유대로 세대의 경계를 허무는 뉴진스의 ‘넥스트 레벨’,
익숙한 어휘로 낯선 문장들을 창조해 신선한 자극을 주는 특별함


뉴진스에겐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

90년대~2000년대 초반 뉴잭스윙, 저지댄스, 마이애미 베이스를 들으며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춤췄고, ‘캘빈 클라인’과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청바지에 열광했던 10~20대, 삐딱하게 쓴 스냅백으로 멋을 내고, 백팩에 캐릭터 열쇠고리와 와펜을 주렁주렁 달고 다녔던 10~20대가 지금 뉴진스의 엄마, 아빠, 삼촌뻘 되는 (40~50대) 사람들이다. 현재 뉴진스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모든 것들이 이 시기의 문화적 씨앗에서 피어난 것들이다.

민희진 대표가 자신이 지내 온 유년 시절과 맞닿아 있으면서, 뉴진스 멤버들 각자가 그 코드를 흡수하고, 나름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일종의 ‘문화적 유대’는 남녀노소, 세대를 뛰어넘어 감동적이고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레이블 ‘어도어’가 뉴진스를 활용하여 협업하는 방식도 예술적이다.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카이카이 키키’를 활용한 앨범 디자인 및 크로스백, 패션디자이너 후지와라 히로시의 프라그먼트와 협업한 아이템 등은 공개와 동시에 모두가 품절이 될 정도로 화제다. 기존 아이돌이 제품•앨범 세일즈 단위의 단기적 마케팅 전략을 추구했던 것과는 달리, 이들은 다른 예술,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적 층위를 쌓아가는 전략을 추구한다. 그래서 다른 아이돌이 쉽게 흉내내기 어렵다.
뉴진스 X 무라카미 다카시 크로스 백 / 사진 출처. 무라카미 다카시 인스타그램
뉴진스 X 무라카미 다카시 크로스 백 / 사진 출처. 무라카미 다카시 인스타그램
익숙한 문화적 어휘로 낯선 문장들을 창조해 내는 민희진 대표와 뉴진스의 창의적 작품들에 대중들이 갈구하는 이유가 ‘한순간의 현상’은 아닌 것 같다.

글•사진 | 이진섭

전기차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합니다. 네이버캐스트에 [팝의 역사]를 연재했고, 음악 에세이 <살면서 꼭 한번 아이슬란드>도 출판했습니다. 음악과 미술로 여행하고, 탐미하며, 의미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