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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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를 '주거 사다리'라고 부르곤 합니다. 비싼 월세보다 월급을 모으기도 쉽고, 전세자금에 추가 대출을 받으면 내 집 마련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세 사기 공포가 확산하면서 빌라·오피스텔 전세 수요는 급감했고 소형 아파트 전세만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임대차 2법(계약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으로 인해 7, 8월에 전세 경신수요가 서울에서만 1만3000건이 넘을 전망입니다. 결과적으로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전세 수요가 꾸준히 유지된다면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오를 전망입니다.

내년 이후로도 전셋값은 오를 일만 남았습니다.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선도지구부터 시작됩니다. 전체 재건축에는 최소 40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도 압구정동, 목동, 여의도, 잠실, 동부이촌동, 성수동 등 대규모 재건축 사업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건축에 들어간 주민들은 직장이나 자녀 통학 문제로 인근에서 전셋집을 구하니 전셋값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집값의 하방을 받쳐주는 전셋값이 오르자 집값도 가파르게 뛰고 있습니다. 공사비 급등에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분양가마저 천정부지로 올라 이제는 새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를 넘어서는 일도 흔해졌습니다. 양극화도 심해졌습니다. 분양가가 오르자 지방은 미분양과 소위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동시에 늘고 있습니다.

서울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부터 오르더니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전 최고가에서 1억~2억원 오른 아파트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전세를 살다가 내 집을 마련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전셋값이 오르니 추가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고, 이자 부담이 늘어나니 돈을 모으기 어려워집니다. 그렇게 이자를 내며 2년 전세를 살고 나면 집값은 수억원 올라 손에 닿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전세 사기 걱정 없이 안심하고 살면서 내 집 마련 자금에 이자까지 주는 월세 제도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전세의 주거 사다리 기능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 집 마련 연금' 제도를 만들어 새로운 주거 사다리로 삼는 겁니다.

이미 퇴직자들을 위한 '퇴직연금' 제도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별다른 수입 없이 집 한 채만 가진 고령층을 위한 '주택연금'도 있습니다. 둘 다 은퇴 이후를 위한 제도인데, 이제는 자가 주택을 마련하려는 사회초년생을 위해서도 '내 집 마련 연금'을 신설해야 합니다.

사회 초년생들이 결혼 전 최소의 주거비용으로 살 수 있도록 임대형 기숙사와 같은 공유주거를 늘리고, 각종 세제 혜택을 통해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이 연금 형태로 계속 늘어나게 한다면 굳이 전세를 살 이유가 없어집니다. 공공분양뿐만 아니라 공공택지에도 민간 모기지형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하고, 기업형 임대사업도 확대하여 선진형 주거문화를 정착해 나가야 합니다.

전세 사기나 전셋값 폭등 때문에 각종 제도와 법안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대책만 쏟아내기보단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내 집을 사기 전에는 최소한의 주거비로 살 수 있게 해주고, 그동안 돈을 모아서 내 집을 쉽게 마련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러면 전세는 자연스레 줄어들고 월세로 전환될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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