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스텐 대체 공급망 어딨나…韓 찾는 서방국들 [원자재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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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 텅스텐 공급망의 80%를 장악한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이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한국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텅스텐은 다이아몬드만큼 단단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광물이다. 배터리 및 자동차를 비롯해 절단기계와 무기류에도 널리 쓰일 정도지만, 최근 중국 내 생산시설 노후화로 생산 비용이 뛰자 주요 업체들은 대체 공급망 물색에 나섰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방송은 지난 2일 "비중국산 텅스텐 수요가 늘고 있다"며 텅스텐 관련 기업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광물 업체 알몬티인더스트리(알몬티)가 개발 중인 강원 영월군 상동읍 텅스텐 광산 등이 대표적 사례로 소개됐다.
상동광산은 국내 최대 텅스텐·몰리브덴 광산이다. 국영기업 대한중석 소유였던 상동광산은 1992년 폐광됐다가 이후 민영화를 거쳐 2015년 알몬티 소유가 됐다. 알몬티는 최소 7500만달러(약 1040억원)을 투자해 재개발하고 있다. 2021년 텅스텐 광산 개발을 본격화하는 '상동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올해 말에는 본격적인 채굴에 착수할 예정이다.

알몬티의 한국 자회사 알몬티대한중석에 따르면 영월에서 채굴되는 텅스텐 총생산량의 45%는 미국에, 55%는 한국에 판매될 예정이다. 상동광산의 텅스텐 매장량은 약 5800만t으로 추정된다. 루이스 블랙 알몬티대한중석 대표는 지난 5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상동광산의 "투자가치가 너무도 높다"며 텅스텐 수요 증가로 수출 증대와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 대표는 올해 말 광산이 재개장 할 경우 "알몬티가 글로벌 공급량의 7~8%는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분 100%를 소유한 IMC그룹 자회사 IMC엔드밀도 올해 2월 대구시와 1300억원 규모 투자 협약을 맺고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에 필요한 '텅스텐 분말 제조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IMC엔드밀은 이번 투자를 통해 반도체 특수가스의 제조에 사용되는 텅스텐 분말을 생산할 전망이다. 텅스텐 분말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전략 물자로 관리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자원이다.
텅스텐 글로벌 수요 증가세 /자료=알몬티인더스트리
텅스텐 글로벌 수요 증가세 /자료=알몬티인더스트리
텅스텐 가격은 수요 증가와 공급 악화 전망으로 인해 상승했다. 알몬티인더스트리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텅스텐 원료인 암모늄파라텅스텐(APT) 10kg 당 평균 거래 가격은 347달러로 집계됐다. 332.5달러에 거래됐던 지난 5월 초에서 약 4% 뛴 가격을 한 달째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PT 10kg에는 약 7.93kg의 텅스텐이 함유돼 텅스텐 거래의 기준이 되며, 텅스텐 원자재 선물은 없다.

금속 컨설팅 회사인 인디펜던트 서플라이 비즈니스 파트너 창립자인 마이클 도른호퍼는 "미국과 유럽은 공급업체에 중국과 무관한 공급망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무역 갈등을 겪는 미국은 2022년 필수 에너지·희토류 안보 및 온쇼어링 법안, 이하 리쇼어 법안)을 발의해 2026년부터 중국산 텅스텐을 군사 장비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5월에는 텅스텐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다. 유럽 위원회는 지난해 수입 중국산 텅스텐카바이드(매우 단단한 합금의 주성분)에 대한 관세 조치를 5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