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최소 세차례 수상드론 공격"…피격 화물선 침몰도
우크라전서 배웠나…후티 '수상드론' 동원에 더 위태로운 홍해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노려온 에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자폭무인정(수상드론)을 공격에 동원하면서 선원들이 직면한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최근 몇주 사이 홍해와 주변 해역에서 최소 세 차례에 걸쳐 수상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달 12일 예멘 호데이다항(港) 남서쪽 125㎞ 해상에서 그리스 소유의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 '튜터'호가 피격된 것이 대표적이다.

미사일에 맞은데 이어 폭발물이 실린 5∼7m 크기의 흰색 선박에 후미를 들이받힌 튜터호는 선원 1명이 숨지고 침수가 시작돼 일주일뒤인 19일 결국 침몰했다.

같은달 27일과 30일에도 다른 선박 두 척이 자폭무인기와 여러 척의 수상드론을 동원한 공격을 받았다고 영국 해군 해사기구(UKMTO)는 전했다.

후티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철수할 때까지 해상을 봉쇄하겠다며 작년 11월부터 70여차례에 걸쳐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해 왔으나 수상드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최근부터이다.

다만, 해상안보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주도 다국적 함대는 일찌감치 후티 반군이 보유한 수상드론에 경각심을 갖고 올해 2월부터 최소 6차례에 걸쳐 이를 제거하기 위한 폭격을 감행해 왔다.

해상위험 관리업체 마리스크스(MARISKS)의 디미트리스 마니아티스 최고경영자(CEO)는 "폭발물이 실린 이런 무인정은 비대칭 전술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후티 반군이 반격에 노출될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원거리에서 정밀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흑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이런 장비를 사용해 성공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후티 반군 역시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그런 전술을 채택하기로 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전서 배웠나…후티 '수상드론' 동원에 더 위태로운 홍해
압도적 전력을 지닌 러시아에 밀린 우크라이나군이 제해권을 상실한 상태에서도 수상드론으로 러시아 흑해함대 주력함들을 잇따라 격침한 것을 보고 후티 반군도 이 무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쓰게 됐을 것이란 이야기다.

수상드론은 선체가 작아 조종이 쉽지 않지만 그만큼 포착하기가 쉽지 않고 다량의 폭발물을 실은 채 수백㎞ 바깥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량의 폭발물을 싣고 선박의 선체와 수면이 만나는 '흘수선' 부위를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심지어 후티는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에 배치된 보안요원들을 혼란시킬 의도로 수상드론에 사람으로 보이는 인체 모형 등을 싣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러한 보도와 관련해 후티 반군 측은 언급을 거부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교역로인 홍해 항로의 위험성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선박보험료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보험업계 소식통을 인용, 홍해를 이동하는 선박들에 부과되는 전쟁위험 관련 추가 보험료가 올해 초엔 선박 가치의 약 1% 수준이었고, 지금도 최고 0.7%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스라엘이나 미국과 특별한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후티 반군의 공격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중국 선박들의 전쟁위험 관련 추가 보험료는 선박 가치의 0.2∼0.3%로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