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섭 신임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용산 브리핑실에서 인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제공
김완섭 신임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용산 브리핑실에서 인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제공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낸 힘센 장관이 오면 분명히 조직에 힘이 더 실릴 텐데…한편으로는 좀 착잡하기도 합니다.” (환경부 전직 관료)

윤석열 대통령은 4일 환경부 장관 후보에 김완섭 전 기재부 2차관(사진)을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강원 원주 출신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김 후보자의 집안은 공직 명문가로 유명하다. 부친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강원도 관선지사, 내무부 차관, 한국토지개발공사(현 LH) 사장을 지낸 김영진 전 지사다. 남동생인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김 후보자는 예산기준과장, 사회정책과장, 산업정보예산과장을 거친 ‘예산통’이다. 예산실장으로서 윤석열 정부 임기 첫해 예산 편성을 주도하는 등 예산에는 잔뼈가 굵은 관료다. 특히 과학환경예산과 서기관과 노동환경예산과장 등으로 근무하며 환경 정책 분야 경험도 쌓았다. 국내에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를 처음 도입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지난 22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후보로 강원 원주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환경부 장관으로 기재부 예산실장 출신이 임명된 건 강현욱 전 장관(1996~1997년 재직) 이후 28년 만이다. 기재부 출신이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은 조경규 장관(2016~2017년 재직) 이후 8년 만이다. 조 전 장관은 2012년 기재부 예산실 사회예산심의관을 지내긴 했지만, 이듬해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으로 옮기면서 예산실장은 경험하지 못했다.

김 후보자를 바라보는 환경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역임한 ‘힘센’ 관료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환경부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이번에도 환경부 출신 관료가 장관으로 임명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부 내부 출신이 장관으로 승진한 건 윤성규 장관(2013~2016년)이 마지막이다. 이후엔 학자와 정치인 출신이 잇따라 임명됐다.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환경부가 추진하는 댐 건설 등 각종 인프라 및 전기차 보조금 지급 사업 과정에서 크게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관리정책실과 기후탄소정책실이 추진하는 정책 과제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자연보전 등 순수 환경 분야는 사실상 비(非)전문가 장관이 지명되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두 차례 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등 누구보다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기후변화 대응 등 최근 환경 이슈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점을 감안해 폭넓은 시야를 갖고 균형감 있는 정책을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환경 분야 예산 편성과 사회 정책 조정 업무를 두루 거친 김 후보자야말로 ‘환경도 경제’라는 기조를 적극 실천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글로벌 이슈인 환경 분야를 책임지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책임감이 크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며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지키는 데 힘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