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이 조만간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전문경영인을 대표로 선임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 측으로 돌아서면서 이미 과반에 가까운 지분율을 확보해 경영권을 찾기 위한 추가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지만 오너 경영 대신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의 지분 일부를 사들이면서 모녀와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주총에서 장·차남 측의 손을 들어줬던 신 회장이 넉달 만에 마음을 돌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녀 측과 신 회장의 합산 지분율은 34.79%에 이르게 됐다. 우호지분을 더하면 약 48.19%로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한다. 임종윤·종훈 이사 측의 지분율은 우호지분을 더해도 약 29%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장·차남 측 인사가 대거 선임되면서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5대4로 모녀 측이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이번 임시 주총을 통해 모녀 측에 우호적인 이사진이 한 명 추가되면 5대5 균형을 맞추게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임시 주총에서 전문경영인을 등기이사로 선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미약품의 경우 현재 박재현 대표가 전문경영인이므로 추가적인 대표 교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30년간 한미약품그룹에서 근무하며 다수의 개량신약 개발에 참여하고 생산관리 부문 총책임(공장장)을 맡아온 전문가다.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는 지난 6월 18일 임시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었지만 돌연 이사회가 연기되면서 대표 선임이 불발됐다.

일각에서는 임종윤 이사가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약품 이사진 10명 중 모녀 측과 장·차남 측 인사는 6대4다. 게다가 신 회장이 마음을 바꾸면서 7대3으로 더 불리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종윤 이사가 임시주총 전날 밤 늦게 이사회를 연기하자는 연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 이사진들의 의사를 듣고 대표 선임이 불발될 것으로 판단해 미뤘을 것"이라고 했다.

모녀 상속세 문제 사실상 해결

신 회장이 모녀 측이 보유한 지분 6.5%(444만4187주)를 1644억원에 사들이면서 모녀 측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모녀 측이 상속세 잔여분을 납부할 충분한 자금 확보에 성공하면서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세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임성기 창업주 별세 이후 오너 일가는 5400억원의 상속세 부담을 안았다. 2700억원가량은 이미 납부했고 올해와 내년에 걸쳐 2700억원을 추가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초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했던 것도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자금 마련이 주된 목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모녀 측에 남은 상속세는 약 1500억원가량으로 잔여분 납부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장·차남 측도 무리 없이 상속세 납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종윤 이사는 코리그룹을 통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임종윤 이사는 올해분 상속세를 이미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훈 이사는 지난 5월 450억원의 추가 대출을 받았다. 잔여 상속세를 해결하지 못해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주식이 시장에 대거 나오는 '오버행' 이슈는 해소된 셈이다.

한편 임종윤 이사 측은 현재 해외 체류 중으로 신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 측 관계자는 "상장사의 공시를 법인이 아닌 개인이 작성했다는 점에서 불법성이 없었는지 검토해 법적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