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연설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연설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차기 총리와 정부 구성을 결정하는 하원 총선이 시작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이 집권당인 중도우파 보수당을 큰 격차로 누를 것이란 결과가 나온 만큼, 영국에서 14년 만의 정권 교체는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노동당이 집권하면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들은 노동당의 압승을 예견하고 있다.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유고브는 전날 노동당이 하원 의석 650석 중 약 66%인 431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수당은 102석으로 예상된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총리직에는 노동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가 오르고,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 그랜드 샤프스 국방장관, 페니 모던트 하원 원내대표 등 주요 보수당 인사 등은 물러나게 된다.

보수당 역시 ‘총선 참패’를 인정한 모양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플러스(+) 전환된 점,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까지 내려온 것을 바탕으로 지난 5월 22일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지만, 노동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FT는 “보수당 내부에서 80석은 확실한 유지로, 60석은 경합주로 분류했다”며 “이전 선거(2019년 365석) 대비 의석이 140석 수준으로 축소될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사진=파이낸셜타임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사진=파이낸셜타임스)
수낵 총리는 유권자들에 노동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면 위험하다고 경고하면서 보수당 지지를 독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권력자에 대한 ‘심판’의 일환으로 투표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WSJ은 “많은 국가에서 집권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며 “팬데믹과 전쟁으로 인한 높은 인플레이션, 소득 감소 등으로 인도,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집권당을 처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이 총선 전 마지막 유세를 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이 총선 전 마지막 유세를 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영국에서는 이미 경제, 세금, 물가, 이민, 공공서비스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태다. 누가 되든 차기 총리와 정부는 출범부터 고비를 맞을 수 있다. 지지율 1위인 노동당조차 보수당의 견제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유고브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투표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48%는 “보수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노동당의 정책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5%에 불과했다.

작은 정당의 성적표도 관전 포인트다. 유럽의회 선거와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세력이 약진한 가운데 영국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이 실제로 하원에 몇 명을 입성시킬지도 주목된다. 영국개혁당은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는 나이절 패라지가 당 대표로 복귀하며 출마한 이후 화제가 됐다. 유고브 예상 의석수는 3~5석에 불과하지만 지난달 실시된 파운드 아웃 나우의 조사에서는 18석까지도 나왔다.

노동당이 집권한다면 EU와의 관계는 훈풍을 띨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노동당이 EU 복귀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EU와의 관계 개선 신호를 보인다고 CNBC는 전했다. 무역 장벽 완화, 불법 이민 문제 협력 등의 시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는 4일 오전 7시에 시작해 오후 10시(한국 시간 4일 오후 3시~5일 오전 6시)에 종료된다. 선거가 끝나면 출구조사를 통해 결과를 가늠할 수 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