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미국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등 국내 증시 대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상장을 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나스닥에서 기업공개(IPO)를 한 네이버웹툰에 이어 국내 여행 숙박 플랫폼 야놀자가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나스닥은 부진한 국내 증시에 비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많고, 성장성만으로도 기업가치를 높게 산정받을 수 있다. 다만 주가와 거래량이 부진한 기업은 나스닥에서 퇴출될 수 있어 리스크도 높다는 평가다.


K기업의 나스닥 행렬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북미 소재 법인인 웹툰 엔터텐인먼트는 지난달 27일 나스닥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21달러로 희망 공모가 밴드의 상단으로 책정됐다.

야놀자는 이르면 이달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야놀자는 지난해 말 NYSE 출신 알렉산더 이브라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한 후 지난 2월 미 델라에워주에 100% 출자 법인을 세웠고, 3월 뉴욕에 50번째 해외 지사를 열었다. 델라웨어주는 기업 친화적인 법과 세제를 갖췄다. 2021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도 지주회사를 델라웨어주에 세웠다.

네이버웹툰과 야놀자에게는 미국 증시에서 통하는 공통점들이 있다. 우선 해외사업이다. 네이버웹툰은 전 세계 150개국에 진출해 있다.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1억7000만명, 한국 전체 인구(약 5100만명)의 3배 이상이다.

네이버웹툰에 보유한 수많은 지식재산권(IP)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지점이다. 웹툰 원작의 드라마나 영화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타고 전 세계에서 흥행하면서다.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스위트홈’과 ‘마스크걸’은 모두 네이버웹툰 연재작이 원작이다.
K기업들은 왜 국장 대신 나스닥을 선택할까 [노유정의 의식주]
야놀자는 국내 모텔 등 숙박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해외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1년 소프트뱅크한테 17억달러(약 2조3000억원을 투자받은 이후 국내외 여행 관련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했다. 최근에는 향후 성장동력으로 삼은 야놀자클라우드가 성과를 내고 있다. 객실과 인력 등을 관리하는 정보기술(IT) 솔루션을 세계 각지 숙박업체들에 판매하는 사업으로, 전 세계 19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신기록 쓰는 나스닥 VS 박스권 코스닥

K기업들은 왜 국장 대신 나스닥을 선택할까 [노유정의 의식주]
코스닥과 나스닥 시장 자체의 차이도 크다. 상장할 때 기업가치를 높게 받기 위해서는 증시가 달아오르고 참여자도 많아야 한다. 부진을 거듭하는 코스닥과 달리 역대 최고 상승장을 기록하고 있는 나스닥에서 자금조달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은 4일 기준 409조원 수준이다. 나스닥 시총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 시총은 3조4000억달러(약 4700조원)에 육박한다. 코스닥 전체시총의 11배 이상이다.
K기업들은 왜 국장 대신 나스닥을 선택할까 [노유정의 의식주]
지수 수익률도 나스닥이 코스닥을 압도한다. 나스닥의 최근 1년 상승률은 31% 이상이지만, 코스닥은 마이너스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로 기간을 넓히면 차이는 더 커진다. 나스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이지만 코스닥은 박스권 장세다. 이 기간 코스닥지수나 종목에 투자했다면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손해를 봤을 수도 있다.

미래를 보는 나스닥 VS 현재가 중요해진 코스닥

나스닥은 당장의 수익성보다 미래 가치를 높게 쳐주는 시장이기도 하다. 나스닥의 3대 리그(글로벌 셀렉트 마켓, 글로벌마켓, 캐피탈마켓) 중 가장 입성하기 쉬운 캐피탈마켓은 시가총액 5000만달러 이상이면 상장이 가능하다. 수익이 필수 요건은 아니다.

웹툰엔터랑 야놀자도 현재 실적이 좋은 편은 아니다. 만년 적자를 내던 웹툰엔터는 지난 1분기에야 흑자전환을 했다. 1분기에 선방한 야놀자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16억원으로 3년째 감소세였다.
K기업들은 왜 국장 대신 나스닥을 선택할까 [노유정의 의식주]
코스닥시장의 상장요건은 보다 엄격하다. 소액주주들에게 주식을 분산해줘야 하고, 법인세 비용차감 전 계속사업이익을 내거나 시총 300억원에 매출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이어야 하는 등 경영 성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최근 파두 사태로 코스닥 상장은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상장한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는 연 매출 1200억원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2분기 매출이 5900만원으로 급강하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동전주 허용 않는 나스닥

K기업들은 왜 국장 대신 나스닥을 선택할까 [노유정의 의식주]
다만 나스닥에서는 상장 유지가 가장 큰 과제다. 우선 상장과 상장 유지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높다. 나스닥에 최초 상장하려면 등록비로만 29만5000달러(약 4억원)을 내야 한다. 이후 상장 주식 규모와 상장 리그에 따라 최소 4만9500달러~18만2500달러를 내야 한다. 최대 2억5000만원이 매년 빠져나간다. 관련 규칙을 따르기 위한 자문료는 별도다.

주가가 부진하면 퇴출될 수도 있다. 30영업일 연속으로 주가가 1달러 미만인 나스닥 상장사는 경고를 받는다. 이후 일정 기간 안에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상장폐지 통보를 받는다. 코스닥에는 1000원 안되는 동전주들이 많지만 나스닥에서는 상장폐지 사유다.

때문에 나스닥에 상장한 국내 기업 중 다수는 상장폐지 결말을 맞았다. 지난해 나스닥 갔던 스타트업 한류홀딩스도 주가가 1달러를 밑도는 데다 사업보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아 상장폐지 경고를 받은 상태다.


기획·진행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촬영 이종석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편집 이종석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