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라면 브랜드 진열대 앞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김세린 기자
농심 라면 브랜드 진열대 앞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김세린 기자
4일 서울 중구 명동 소재 호텔 1층에 있는 농심 ‘너구리의 라면가게’. 체험형 매장으로 된 내부 공간엔 농심 라면 제품 수십 개가 진열대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원하는 라면과 토핑을 고른 외국인들은 즉석 라면 조리 체험 코너로 가 직원들의 조리 모습을 지켜봤다. 외국인 중 일부는 이 모습이 신기하듯 영상으로 촬영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했다. 이날 만난 대만 국적 가족들은 “매운맛이 좋아 평소 신라면을 즐겨 먹었는데, 이곳에선 대만에선 맛볼 수 없는 ‘김치 짜구리’ 등 한국 라면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올 2분기에도 삼양이 앞서나…농심, 본격 ‘외국인 겨냥’

라면 조리 체험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들. 사진=김세린 기자
라면 조리 체험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들. 사진=김세린 기자
K라면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라면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외국인들을 겨냥한 체험 매장을 오픈하는가 하면, 라면 수출량을 늘리는 등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올해 1분기 삼양식품에 ‘라면 대장주’ 자리를 내어준 농심은 적극적으로 외국인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수익성을 회복하고 해외 시장에서의 라면 입지를 공고히 할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 일환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모인 명동 한복판에 체험형 공간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도 삼양식품과 농심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2분기 예상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64% 증가한 3842억원, 영업이익은 74.3% 늘어난 768억원이다. 반면 농심은 수익성에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농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늘어난 8785억원, 영업이익은 3.67% 감소한 517억원으로 추정됐다. 높은 원가 부담이 이어진 결과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일 서울 명동에 오픈한 '너구리의 라면가게' 앞에서 활짝 웃어 보이는 대만 국적 관광객들. 사진=김세린 기자
지난 3일 서울 명동에 오픈한 '너구리의 라면가게' 앞에서 활짝 웃어 보이는 대만 국적 관광객들. 사진=김세린 기자
이렇다 보니 농심은 실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나섰다. 회사 측은 “명동에만 4개 호텔을 운영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지도가 높은 호텔 체인 스카이파크 그룹과 협업했다”며 “K라면 본고장의 맛을 간편하게 즐기고 체험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험형 공간의 위치는 지하철 명동역과 공항버스, 시티투어버스 정류장과 가까운 곳에 마련해 접근성을 높였다. 실제 오픈 첫날부터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 회사에 따르면 전날 너구리의 라면가게에 400여명이 찾았는데 그중 외국인 비율만 80%에 달했다.

앞으로 농심은 신라면 볶음밥, 짜파구리 등 자신의 입맛대로 조합하며 즐기는 ‘모디슈머’ 소비자를 겨냥할 메뉴를 호텔 조식 및 룸서비스에 반영하는 등 스카이파크와의 협업 마케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또 K라면 수출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물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 투자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의 경우에도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4번째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동남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라면 수출액이 석 달 연속 1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4월 1억853만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어선 뒤 5월 1억736만달러, 지난달 1억405만달러(잠정치)를 수출해 석 달간 3억1994만달러어치가 팔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3% 증가한 수치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