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결선서 보·혁 맞대결…유권자 투표장 끌어내려 '공포마케팅'
"이란을 탈레반에 넘길텐가"…개혁파, 정치 등돌린 표심 잡기
이란 대선 결선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깜짝 1위'로 결선에 진출한 개혁파가 '정치 환멸'에 투표를 거부하는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공포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5일 치러질 이란 대선 결선에서는 개혁파 후보 마수드 페제시키안(70)과 보수 강경파 후보 사이드 잘릴리(59)가 일대일로 맞붙는다.

잘릴리 후보가 보수층 통합으로 승리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페제시키안 후보를 위시한 개혁파는 강경파의 승리가 가져올 결과를 경고하면서 개혁주의 세력의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

페제시키안 후보를 지지하는 모하마드 자바드 아자리 자로미 전 정보통신기술부 장관은 이번주 "이란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잘릴리 후보를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의 탈레반에 비유했다.

이는 지난주 SNS를 통해 "신뢰할 수 없고 경험이 없으며 위험한 인물"이 이란을 "기괴한 아이디어를 위한 거대한 실험실"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 페제시키안 후보의 비아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이번주 두번째 라운드(투표)에 우리와 동참하자. 그러면 우리는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쟁자인 잘릴리 후보는 TV 토론에서 "(강경파에 투표한) 1천만명에게 당신이 탈레반이라고 말하면 도움이 되겠느냐"며 맞받아쳤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지난달 28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득표율 42.5%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투표율은 39.9%로 1979년 이슬람 공화국 건국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페제시키안 후보로서는 선거를 '시민 불복종의 기회'로 삼아 투표를 거부하고 있는 이란 국민의 마음을 돌려 투표장으로 이끌어야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잘릴리 후보는 38%의 득표율로 2위에 올랐는데 강경 보수파 후보로 3위에 올랐던 모하마드 바게리 갈리바프(13.8%)는 잘릴리 지지를 선언했다.

다만, 갈리바프 지지자 중 일부는 페제시키안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번 선거는 좀처럼 예측이 불가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침묵하는 개혁 성향의 국민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국민이 사회에서 겪은 제약에 대해 보다 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제재 완화를 위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 서방과 대화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2018년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 이후 다시 시작된 경제 제재의 고통과 2022년 정부의 잔혹한 히잡 시위 탄압 등으로 한층 강해진 정치 혐오로 인해 결선투표에서도 투표율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FT는 "페제시키안의 과제는 환멸을 느낀 수백만 명의 이란인들에게 하메네이가 궁극적인 권한을 갖고 있고 엘리트 혁명수비대 등 강경파 핵심이 외교 및 국내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체제에서 자신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확신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을 탈레반에 넘길텐가"…개혁파, 정치 등돌린 표심 잡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