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형 인재양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인문 사회 지식을 기반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결합해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인문 사회 융합인재양성(HUSS)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HUSS 사업은 디지털, 환경, 위험사회, 인구구조, 글로벌·문화, 지역, 사회구조, 글로벌공생의 총 8개 주요 분야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융합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시리즈에서는 HUSS 사업의 주요 내용과 성과를 살펴봄으로써, 인문 사회 분야의 새로운 대학교육 패러다임을 조명하고자 한다. 두 번째 순서로 기후 위기 감수성, 지역적·글로벌 차원의 실천력, 데이터 분석 능력을 겸비한 융합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환경 컨소시엄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국민대학교 환경 컨소시엄 ‘스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환경 컨소시엄 ‘스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해 1000년 만의 대홍수, 100년 만의 폭염·폭설 등 달갑지 않은 기록 경신이 반복되고 있다. 지속되는 폭염과 폭우, 가뭄, 대형 산불, 해수면 상승 등으로 다양한 재난이 발생하고 있으며, 환경오염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2050년에는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의 무게가 전체 물고기 무게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일상화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과학적 접근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적 접근이 함께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을 이해할 때 기후가 자연과학적으로 어떻게 변화됐는지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맥락에서 인간 활동과 사회 시스템이 기후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는 것도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HUSS 환경 컨소시엄이 주목받고 있다. 주관대학인 국민대학교를 중심으로 덕성여자대학교, 울산대학교, 인하대학교, 조선대학교로 구성된 HUSS 환경 컨소시엄은 기후 위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문 사회 중심의 융합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도전, 소통, 협력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 타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일례로 국민대학교는 올해 2월 디지털 역량을 갖춘 글로벌 기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공간정보 인공지능(AI) 기술 기업인 '다비오'와 연계해 '스킬업(Skill-up)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AI 기술을 활용해 기후환경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비즈니스 수요를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자연과학 및 공학 기반의 기술이라는 하드웨어에 인문학적 상상력과 통찰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경험을 한 셈이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레 현장 중심의 융합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할 수 있었다. 국민대학교는 하반기에도 글로벌 기후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컨설팅 기업과 함께 스킬업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할 예정이며, 하계방학에는 패션전문기업과 협약을 체결을 맺어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대학교는 '기후인문학과 생태문학'이라는 교과목을 개설해 가르치고 있다. 이 과목은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한 국어학적 또는 사회언어학적 이해를 토대로 기후 위기를 비롯한 생태환경의 위기를 비판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시, 소설 등 생태문학에 대한 장르적 이해에 중점을 뒀다. 수강생들은 기후 위기 시대 공존과 상생이라는 주제와 연동해 기후 위기와 관련된 주제를 문학적 관점에서 고찰함으로써 기후 위기 이슈를 단순히 과학기술적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인문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즉 소설집 '#생태_소설', 영화 '옥자', '에린 브로코비치', '모노노케 히메' 등 대표적인 생태 장르 작품을 비평적으로 살펴보면서 학생들은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 및 적응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학습해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융합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기후지킬 국내·해외 원정대’에 참여한 학생이 일본 모에레누마 공원을 방문해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는 건축물 ‘유리 피라미드’를 살펴보고 있다.
‘기후지킬 국내·해외 원정대’에 참여한 학생이 일본 모에레누마 공원을 방문해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는 건축물 ‘유리 피라미드’를 살펴보고 있다.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는 덕성여자대학교의 '기후지킬 국내·해외 원정대'가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직접 국내외 기후 위기 대응 사례를 조사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수행한다. 2~5명의 학생이 팀을 이뤄 자율적으로 탐방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했다. 국내는 물론 일본, 태국, 독일, 영국 등 해외 각지의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을 직접 확인하고 배우는 기회를 가졌으며, 녹색기술과 기후변화적응기술의 선진 사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민관 협력 사례,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 및 실천 사례 등을 체험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덕성여자대학교 이수빈 학생은 "독일 보봉마을, 영국 베드제드 주거단지 등 서유럽 4개국의 친환경 마을을 돌아보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 정책과 특징적 인프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경험을 통해 주거, 식문화, 교통 등 사회적 요소를 환경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넓히게 되어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HUSS 환경 컨소시엄은 강의실을 넘어 현장에서, 국경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기후 위기 대응노력을 직접 체험하고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후 위기를 비롯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융합적 사고력과 실천력을 기르고 있다.

강윤희 국민대학교 기후변화대응사업단 단장은 "기후 위기 등 최근 발생하는 사회문제는 평면적인 20세기 교육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전공, 대학 등을 뛰어넘는 입체적 융합교육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미래지향적 융합인재 양성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며 "기후 위기와 환경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융합인재 육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문사회분야 교육과정의 일대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