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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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참외, 수박 등 제철 과실이 본격적으로 출하된 뒤 지난달 가격이 10~30%가량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황이 좋아 생산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물가 부담에 소비자들이 과일 소비를 줄인 영향으로 분석됐다.

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업관측 7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참외의 가락시장 도매가격은 10㎏당 2만6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하락했다. 최근 5년 중 참외 가격이 가장 낮았던 2019년(10㎏당 2만6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수박의 도매가격도 ㎏당 1890원으로 1년 전보다 13% 떨어졌다.

수박·참외 가격 떨어졌는데…제철 과일 안 팔리는 이유가
가격이 하락한 것은 생산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참외 반입량은 8748t으로 전년 동월(5857t)보다 49% 급증했다. 생육이 부진했던 작년보다 착과량이 늘었고, 병·해충 피해도 줄었다. 수박도 6월 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기온이 오르고 일조량이 좋아 생산이 늘었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과일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와 기업형 슈퍼마켓, 농협하나로클럽 등의 지난달 참외 매출은 187억2651만원으로 전년 동기(224억9301만원)보다 16.7% 감소했다.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사과와 배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과일이 비싸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집계됐는데, 신선과실 물가는 31.3%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사과는 63.1%, 배는 139.6% 상승했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통계가 불러오는 착시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를 집계할 때 과일마다 가중치를 달리 두고 있다. 소비자들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은 가중치를 높게 주고, 덜 구매하는 것은 낮게 줘서 통계를 더 정확하게 보정하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과실류 가중치 중 사과 비중은 15.8%, 배는 4.8%를 차지한다. 그러나 6월에 실제로 팔리는 사과와 배의 비중은 이보다 훨씬 낮다. 지난달 대형마트 등의 과실류 매출 중 사과 비중은 약 7.8%였고, 이 시기 거의 제사용으로 쓰이는 배 비중은 약 1%에 불과했다. 여기에 가격 변동이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기까지 한 달이 걸린다는 점도 착시를 키웠다.

KREI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사과는 평년 수준, 배는 평년 이상의 생산이 전망되고 있다. 특히 홍로 등 조·중생종 사과의 작황이 양호한 데다 이달부터 자두, 복숭아 등 제철 과일류도 시장에 나오면서 과실류 물가는 점점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