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HBM 개발팀’이 정식 출범했다. 태스크포스(TF) 형태로 흩어져 있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전문 인력을 메모리사업부로 합치면서다. 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최첨단패키징(여러 칩을 모아 한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공정) 관련 개발 조직도 별도 조직으로 독립시키고,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 직속으로 배치했다. HBM과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묶어 만드는 ‘인공지능(AI) 가속기’ 개발 능력을 강화해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를 대상으로 공급 물량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취임 50일을 향해가는 전 부회장이 첫 조직 개편을 통해 AI 반도체 주도권을 갖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HBM4 개발 역량 강화

삼성전자, AI반도체 '승부수' 던졌다…'HBM팀' 출격
삼성전자 DS부문은 4일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전 부회장 취임 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핵심은 HBM과 최첨단패키징 경쟁력 강화다. TF 형태로 운영된 HBM 전담 개발팀 두 곳은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 내 HBM개발팀으로 조직도에 포함됐다. D램을 쌓아 HMB을 만드는 만큼 D램개발실에서 함께 호흡하는 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HBM 전문 개발 인력을 이끄는 개발팀장은 손영수 부사장이 맡았다.

HBM 개발팀은 5세대 제품인 ‘HBM3E’와 6세대 ‘HBM4’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3E 8단·12단 제품과 관련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다. 테스트 통과가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송재혁 사장은 지난 3일 한 행사에서 “(엔비디아 납품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부처는 최첨단패키징

조직 개편의 다른 축은 최첨단패키징 조직의 효율화다. 최첨단패키징 담당 AVP(Advanced Packaging)사업팀에서 차세대 기술 개발을 담당하던 조직은 ‘AVP 개발팀’으로 분리, DS부문장 직속으로 편입됐다. 나머지 AVP사업팀 인력들은 전문성에 따라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 등으로 이동했다.

최첨단패키징은 삼성전자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AI 반도체 ‘턴키 서비스’의 핵심이다. HBM과 GPU를 묶어 만드는 엔비디아의 H200, AMD의 MI300X 등 AI 가속기가 최첨단패키징을 통해 탄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HBM과 GPU 등 프로세서를 수직으로 배치하는 2.5차원(2.5D) 패키징뿐만 아니라 HBM 위에 프로세서를 쌓는 ‘3D 패키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VP개발팀의 역할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설비 연구조직 통합

DS부문의 두뇌 역할을 하는 CTO 산하 연구소 조직에도 변화가 생겼다. 8대 공정 설비 개발을 담당하는 설비기술연구소의 설비 개발 조직은 공정 기술을 담당하는 반도체연구소로 흡수된다. 두 조직의 시너지를 통해 반도체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DS부문은 사업부별 올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을 공개했다. TAI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 중 하나로,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실적을 토대로 소속 사업 부문과 사업부 평가를 합쳐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차등 지급한다. 사업부별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가 75%, 반도체연구소가 50%,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는 37.5%로 결정됐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