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미국 넥스트에라에너지에 공급할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제품인 삼성배터리박스(SBB) 1.5. /삼성SDI 제공
삼성SDI가 미국 넥스트에라에너지에 공급할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제품인 삼성배터리박스(SBB) 1.5. /삼성SDI 제공
삼성SDI가 미국 최대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대규모로 납품한다. 총용량 6.3기가와트시(GWh)로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GWh)의 11.5%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원에 달한다. 중국이 장악한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넥스트에라에너지에 6.3GWh 규모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고 막바지 조율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가 이를 수주하면 국내 기업이 수주한 물량 중 사상 최대가 된다. 주력 제품은 값비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셀을 적용한 ‘삼성배터리박스(SBB) 1.5’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셀을 넣는 식으로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를 37% 높인 게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각국이 전력난을 이겨내기 위해 태양광발전 설비를 앞다퉈 설치하고 있는 만큼 ESS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양광은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ESS 시스템을 반드시 곁에 둬야 한다. 이 덕분에 올해 79억달러(약 10조9000억원) 규모인 미국 ESS 시장은 2030년 187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ESS 시장은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천하’지만, 미국이 2026년부터 중국산 제품 관세를 7.5%에서 25%로 높이기로 한 만큼 한국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침체)에 빠진 국내 배터리업계에 ESS가 구세주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