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선거는 인기 투표가 아닙니다. 우리 당의 뿌리를 알고 경험 있는 당원들은 당과 국가의 미래, 당과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 걱정하고 책임감을 느끼고 계세요. 저는 그분들을 믿습니다.”

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4일 인천시청에서 기자와 만나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은 처음부터 틀린 것”이라며 “당심과 일반 여론조사 지지율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출마 선언 이후 전국 각지를 바쁘게 돌고 있는 그는 “지역을 돌 때마다 하루에 1%씩 원희룡에 대한 지지세가 표출되고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원희룡 당 대표 후보가 4일 인천시청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원희룡 당 대표 후보가 4일 인천시청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원 후보와 한동훈 후보의 경쟁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포인트다. 출마 선언 전부터 한 후보가 여론조사상 높은 지지율을 보였는데도 도전장을 낸 이유를 물었다. 원 후보는 “앞으로 여섯 번의 토론과 다섯 번의 합동 연설회가 있다”며 “서로 마주보고 우리 당의 미래와 당정 관계를 논하면 당원들은 저에게 기울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바닥 민심은 ‘알대룡’(알면 알수록 대표는 원희룡)”이라고 자신했다.

경선이 본격화된 이후 그는 한 후보에 대한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에 대한 공세가 아니라 그가 제기한 ‘채상병 특검 수용’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비판하는 것”이라며 “우리 당 대표 후보로 나온 사람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시도에 동조하는 의견을 내는데 이걸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4·10 총선 참패에 한 후보의 책임이 큰데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당시에 경험 많은 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더라면 이런 참패는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토론 과정에서 공천 실패, 당정 관계 등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 당원들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4·10 총선에서 당선된 나경원·윤상현 후보는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게 패한 원 후보를 겨냥해 자신들이 ‘이재명과 민주당에 이겨본 후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원 후보는 “그분들은 이재명과 직접 싸워보지 않은 후보”라며 “저는 3선 국회의원에 재선 도지사, 장관까지 지낸 원내·원외·용산을 아우르는 유일한 ‘대형 통합형 후보’”라고 말했다.

원 후보는 4명의 당 대표 후보 중 가장 ‘친윤’(친윤석열) 색채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후보 비전 발표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가감 없이 전달하는 레드팀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후보가 말한 ‘건전한 당정 관계’와의 차이에 대해 그는 “말은 비슷하게 들려도 대통령과 신뢰에 바탕을 둔 관계인지, 아닌지에 근본적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 대표가 된다면 가장 먼저 추진할 정책으로 “금리를 낮추고 물가를 잡겠다”고 했다. ‘금리를 낮추면서 고물가를 해결하겠다는 건 모순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고금리의 직접 피해를 겪는 자영업자, 직장인, 영끌 대출자, 청년 채무자 등에 대해 채무 부담을 완화해 주는 특별 지원을 하면 물가를 올리지 않고, 위축된 소비만 정상선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현재 고물가는 비용 요인이 크기 때문에 채무 원인별로 계층에 맞춰 접근하면 물가 인상 압력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설지연 기자 / 영상·편집 임대철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