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색채와 생기로 무장한 새들…'버드걸'
[신간] 아나키스트 엠마 골드만 자서전 '레드 엠마'
▲ 레드 엠마 = 엠마 골드만 지음. 임유진 옮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아나키스트 엠마 골드만(1869~1940)의 일대기를 그린 자서전이다.

1931년 '리빙 마이 라이프'(Living My Life)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는데, 이번에 무삭제 완역판으로 국내에서 번역돼 나왔다.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 '대중 연설에서 최초로 동성애를 옹호한 인물', '자유연애주의자' 등 그를 수식하는 말들은 많다.

골드만은 탁월한 연설로 미국의 노동운동을 이끌었고, 잡지 '어머니의 대지'를 창간, 페미니즘과 아나키즘 최신 이론을 소개했다.

이런 활발한 활동에 불안감을 느낀 미국 정부는 그를 추방했다.

미국을 떠나 고향인 소비에트 러시아로 돌아간 그는 애초 러시아 혁명에 우호적이었으나 혁명의 실상을 목도한 후 공산주의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혁명에 앞장섰던 민중은 새로운 소비에트 국가에 수탈당하고 있었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도 허용되지 않았다.

혁명 과정에서 볼셰비키와 함께 싸웠던 아나키스트 동료들은 볼셰비키가 정권을 잡자 수감되거나 총살당했다.

그는 러시아에 간 지 2년 만에 탈출, 유럽으로 건너가 '러시아에서의 환멸'(1923)을 펴냈다.

그러나 유럽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파시즘의 그림자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소련도 스탈린 집권 후 더욱 교조화됐다.

골드만은 유럽, 미국 등을 돌아다니며 무정부주의를 끝까지 역설하다 1940년 뇌졸중으로 숨졌다.

저자는 62세 때 젊은 날을 돌아보며 이 책을 펴냈다.

"인생의 비극과 희극을 조금은 떨어져서 객관적이고 초연하게 볼 수 있는 철학적인 나이"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다만 유럽에 발이 묶이면서 많은 책을 읽게 됐는데 "책을 읽으며 나이가 들어 가면서 지혜와 온유함은커녕 노쇠와 편협함, 쩨쩨한 원한 감정으로 가득 찬 경우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그는 그런 재앙이 닥치지 않도록 책을 쓰며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북튜브. 1권: 840쪽. 2권: 792쪽.
[신간] 아나키스트 엠마 골드만 자서전 '레드 엠마'
▲ 버드걸 = 마이아로즈 크레이그 지음. 신혜빈 옮김.
엄마는 심각한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조증과 울증을 오갔다.

아빠는 그런 엄마의 상태를 호전시킬 방안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빠는 어린 시절부터 빠져있던 탐조(探鳥)의 세계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아빠의 이상야릇한 취미를 어린 저자가 물려받았다.

그는 새들의 세계로 점점 나가며 싱그러운 색채와 생기 넘치는 경이를 맛봤다.

그런 것들은 다가올 어떤 역경에도 맞설 힘을 주었다고 영국의 환경운동가인 마이아로즈 크레이그는 회고한다.

'버드걸'은 20대 초반까지 40개국을 여행하며 5천종이 넘는 새를 관찰한 환경운동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각 대륙에 분포한 다양한 새들 230종을 소개한다.

그 과정에서 기후변화 문제, 나날이 확대되는 빈부격차 문제를 조명하는 한편, 인종차별과 개인적 고뇌와 같은 내밀한 이야기도 전한다.

저자는 탐조 활동을 여가 활동이라기보다는 "삶의 무늬를 이루는 실"이라고 설명한다.

자기 삶과 "너무도 단단히 묶여 있기에, 삶을 건드리지 않고, 그것만 뽑아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새들의 단순하고도 본능적인 삶의 방식이 오랜 시간에 걸쳐 나를 귀 기울여 듣고, 자세히 보고, 끈기를 발휘하도록 이끌었다.

쓰고 보니 이것도 삶의 신조로 삼기에 좋은 원칙 같다.

"
문학동네. 46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