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부 못마땅, 다 바꿔야"…英총선 '분노'의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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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환상 깨져"…집권당 실정에 노동당 정권교체 유력
"지금의 영국은 자랑스러워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지난 10여년간 나라가 길을 잃은 것 같아요.
"
4일(현지시간) 오전 런던 외곽 해머스미스·치즈윅 선거구의 한 커뮤니티 센터에 차려진 투표소로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팡이를 짚은 백발노인부터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운동복 차림의 중년 남성, 검정 히잡을 쓰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여성까지 연령도, 성별도 다양했다.
지지 정당이나 기대하는 변화상은 각자 달랐지만 투표소에서 만난 런던 유권자들은 대체로 현재 영국의 상태에는 만족하지 않는 듯했다.
현재 영국에서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이며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질문에 너나없이 "전부 다"라고 말할 만큼 민심은 들끓고 있었다.
지난 수년간 생활 물가 급등과 70여년간 최고 수준으로 오른 세금 부담, 긴 대기로 병원과 치과 치료를 받기 어려워진 공공의료 체계인 NHS 위기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았다.
스티브(34) 씨는 그동안 중도 성향의 중소 정당 자유민주당에 투표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노동당에 투표했다고 했다.
그는 "(집권) 보수당이 그동안 내린 수많은 결정이 국가의 전반적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며 "지난 10여년간 보수당이 저 멀리 갔으니 이번에는 가능한 한 반대쪽으로 많이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해 평소와 다르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런던 외곽 트위크넘 지역구의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출근하는 길이라는 대런 윈터 씨는 자녀의 미래가 걱정되고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녹색당에 투표했다고 했다.
그는 "다음 정부는 왜 사람들이 세금을 내기 어렵다고 하는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상하수도 민영화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생각해야 하고 국민보건서비스(NHS)와 환경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딸을 키운다는 중년 여성 태라 씨는 "그동안 줄곧 보수당을 지지했지만 보수당에 대한 환상이 깨져서 이번에는 달리 투표했다"며 "특히 보수당의 18세 의무복무제 공약 때문에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날 보수당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 유권자 상당수가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실에서 잔치판을 벌어졌다는 의혹인 '파티게이트'와 보수당 내 분열을 거론했고 보수당 정치인들이 나라가 아니라 당을 위한 결정을 내려온 것 같다고 성토했다.
데이비드라고 이름만 밝힌 한 중년 남성은 "보수당은 그동안 거짓말을 많이 했고 분열을 통해 통치하려고 했다.
정치는 정상적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모든 게 무너지고 있다"며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서 사람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불해야 하고 공공서비스에 좀 더 투자해야 한다.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전날 저녁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은 하원 의석 650석 가운데 431석을 차지해 영국 역사상 단일 정당으로서 최다 의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보수당은 102석에 그쳐 큰 격차로 정권을 내줄 것으로 예상됐다.
노동당의 압승이 예상되지만 노동당이 집권하더라도 영국 상황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유권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노동당에 표를 줬다는 유권자조차 고쳐야 할 게 너무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브라이언(89) 씨는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60여년간 늘 같은 정당에 투표했다면서 "어떤 정치인이라도 대단히 훌륭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레어(61) 씨도 "보수당에 의석을 주지 않으려고 전략 투표를 했다"면서도 "노동당이 집권하더라도 많은 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연합뉴스
지난 10여년간 나라가 길을 잃은 것 같아요.
"
4일(현지시간) 오전 런던 외곽 해머스미스·치즈윅 선거구의 한 커뮤니티 센터에 차려진 투표소로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팡이를 짚은 백발노인부터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운동복 차림의 중년 남성, 검정 히잡을 쓰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여성까지 연령도, 성별도 다양했다.
지지 정당이나 기대하는 변화상은 각자 달랐지만 투표소에서 만난 런던 유권자들은 대체로 현재 영국의 상태에는 만족하지 않는 듯했다.
현재 영국에서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이며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질문에 너나없이 "전부 다"라고 말할 만큼 민심은 들끓고 있었다.
지난 수년간 생활 물가 급등과 70여년간 최고 수준으로 오른 세금 부담, 긴 대기로 병원과 치과 치료를 받기 어려워진 공공의료 체계인 NHS 위기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았다.
스티브(34) 씨는 그동안 중도 성향의 중소 정당 자유민주당에 투표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노동당에 투표했다고 했다.
그는 "(집권) 보수당이 그동안 내린 수많은 결정이 국가의 전반적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며 "지난 10여년간 보수당이 저 멀리 갔으니 이번에는 가능한 한 반대쪽으로 많이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해 평소와 다르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런던 외곽 트위크넘 지역구의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출근하는 길이라는 대런 윈터 씨는 자녀의 미래가 걱정되고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녹색당에 투표했다고 했다.
그는 "다음 정부는 왜 사람들이 세금을 내기 어렵다고 하는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상하수도 민영화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생각해야 하고 국민보건서비스(NHS)와 환경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딸을 키운다는 중년 여성 태라 씨는 "그동안 줄곧 보수당을 지지했지만 보수당에 대한 환상이 깨져서 이번에는 달리 투표했다"며 "특히 보수당의 18세 의무복무제 공약 때문에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날 보수당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 유권자 상당수가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실에서 잔치판을 벌어졌다는 의혹인 '파티게이트'와 보수당 내 분열을 거론했고 보수당 정치인들이 나라가 아니라 당을 위한 결정을 내려온 것 같다고 성토했다.
데이비드라고 이름만 밝힌 한 중년 남성은 "보수당은 그동안 거짓말을 많이 했고 분열을 통해 통치하려고 했다.
정치는 정상적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모든 게 무너지고 있다"며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서 사람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불해야 하고 공공서비스에 좀 더 투자해야 한다.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전날 저녁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은 하원 의석 650석 가운데 431석을 차지해 영국 역사상 단일 정당으로서 최다 의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보수당은 102석에 그쳐 큰 격차로 정권을 내줄 것으로 예상됐다.
노동당의 압승이 예상되지만 노동당이 집권하더라도 영국 상황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유권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노동당에 표를 줬다는 유권자조차 고쳐야 할 게 너무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브라이언(89) 씨는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60여년간 늘 같은 정당에 투표했다면서 "어떤 정치인이라도 대단히 훌륭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레어(61) 씨도 "보수당에 의석을 주지 않으려고 전략 투표를 했다"면서도 "노동당이 집권하더라도 많은 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