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그룹 지주사인 ㈜한화 주식 1800억원어치를 공개매수 방식으로 사들이기로 했다. 삼형제의 승계 기반을 굳히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이달 5~24일 한화 보통주 600만 주(지분 8.0%)를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보통주 한 주에 3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날 종가보다 7.7% 높은 수준이다. 한화는 이날 3.53% 오른 2만7850원에 마감했다. 공개매수자금은 1800억원에 달한다.

공개매수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 한화에너지는 응모율과 관계없이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 전부를 매수할 예정이다. 목표 수량을 초과하면 매수 예정 수량 내에서 안분 비례해 사들일 계획이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9.71%를 보유 중이다. 이번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 보유 지분율은 17.71%로 증가하게 된다. 공개매수 물량이 더 늘어나면 보유 지분율이 20%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사는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목적에 대해 “지분을 추가 확보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화그룹 오너일가의 승계작업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화에너지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이 부회장이 지분 50%,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각각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여수와 군산에서 열·전기를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을 바탕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4조7110억원, 영업이익 21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과 장단기 금융상품 합계액은 6조2805억원에 달했다.

한화그룹 삼형제가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 지분을 늘리는 형태로 그룹 승계작업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부회장 등 삼형제→한화에너지→한화→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 회장은 한화 지분 22.7%를 보유 중이다. 이날 종가를 적용하면 보유 지분 가치는 6000억원에 이른다. 김 회장 지분을 삼형제가 증여받으면 과세율이 최고 세율인 60%(할증률 20% 적용)에 달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360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삼형제 입장에선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화에너지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한화와 한화에너지가 합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합병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